러셀 국무부 차관보
미국 조야 인사들의 대북 발언이 갈수록 강경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미 정부 내 핵심당국자가 ‘핵 도발 시 김정은 제거’를 언급해 주목된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2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아마도 (북한이) 핵 공격을 수행할 향상된 능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러고 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바로 죽는다(immediately die)”고 말한 것이다. 러셀 차관보는 이런 점에서 북한이 핵 공격을 수행할 능력을 갖는 것은 “‘플랜A(예상대로 될 때 우선적으로 진행하는 계획)’가 될 수 없다”고 말해 김정은이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격인 핵 공격을 최우선적으로 감행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북한의 최고지도자에 대해 현직에 있는 미국 외교 당국자가 ‘죽는다’는 표현을 쓴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실제로 핵 공격에 나설 경우 곧바로 괴멸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의 의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러셀 차관보의 발언이 유사시 북한 핵시설과 핵심 지도부를 겨냥한 ‘선제타격’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마이크 멀린 전 합참의장,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 팀 케인 민주당 부통령 후보, 커트 캠벨 전 국무부 차관보 등이 잇따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선제타격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미국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도 13일(현지시간)자 워싱턴포스트(WP) 칼럼에서 북한이 핵무기 배치에 성공한다면 차기 미국 대통령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선제공격 카드를 선택지로 마주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이 미국의 전직 고위 군인과 현역 정치인인 것과 달리 러셀은 현재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실무 당국자이자 직업 외교관이어서 더욱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셀 차관보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해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 대한 위기감을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