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공공분양아파트까지 중도금 대출을 외면하면서 중산층·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이달 청약이 진행되는 경기도 시흥 은계지구 B2 블록과 하남 감일지구 B7 블록 공공분양아파트는 금융권의 중도금 집단 대출 없이 분양자가 직접 중도금을 마련해야 한다. LH는 최근 공고한 두 아파트의 입주자 모집공고를 통해 “금융권 중도금집단대출규제로 현재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한 실정”이라며 “추후 중도금 집단 대출 은행 여부와 관련해서는 별도 안내해 드릴 예정”이라고 알렸다.
LH 공공아파트의 경우 주택도시기금 융자를 지원받아 건설하기 때문에 중도금 비중이 크게 높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간혹 중도금 없이 약 10~15%의 계약금과 입주 시 잔금만 내면 소유권을 가져올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실제 이달 분양하는 충북혁신도시 B2블록의 경우 중도금이 없으며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했던 수원 호매실지구 B2블록 역시 3,000만원 정도의 중도금 1회만 납부하면 돼 중도금 대출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
하지만 시흥 은계지구와 하남 감일지구의 경우 중도금 납부가 2회, 1억~1억2,000만원에 달해 중도금 집단대출이 없으면 분양자가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시흥 은계 B2 블록 아파트 84㎡(전용면적 기준)형 분양가격은 3억2,700만원 정도인데 계약금 10%(3,200만원)와 잔금(1억9,600만원) 정도를 제외하면 9,800만원가량의 중도금을 수분양자가 마련해야 하며 하남 감일지구 B7 블록은 1억2,000만원 정도를 분양자가 직접 조달해야 한다.
LH는 중도금 대출 은행을 찾기 위해 입찰을 진행했는데 참여하는 금융기관이 한 곳도 없어 중도금 대출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이전에는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참여하는 금융기관은 있었다”며 “단지 사정에 따라 중도금 대출 없이 진행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두 아파트의 경우 대출이 없으면 1억원 안팎을 직접 마련해야 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도금 대출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번과 같은 사례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수 있어 앞으로 중산층·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LH 관계자는 “민간 분양 아파트도 건설사에 문제가 없고 도시주택공사(HUG)의 보증만 있으면 중도금 대출을 해주고 있는데 공공분양아파트에 중도금 대출을 하지 않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중도금 대출 규제 강화 때문이라고만 짐작할 뿐 은행권이 외면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정부 정책이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공공분양주택 중도금 대출이 어렵게 된 것은 은행 스스로 전체 중도금 대출 잔액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낮고 대출 금액이 적은 공공분양주택에 대한 대출을 외면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