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는 점쟁이?…두산밥캣 수요예측 전날 '실패 예측'하고 대량 공매도

지난 5일 공매도 비율 35.8%
주당 1,000원 안팎 수익 거둬
"관련기관 연관땐 문제될 수도"



기관투자가들이 올해 최대 상장 대어로 불렸던 두산밥캣의 수요예측 실패를 미리 예측하고 공매도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두산밥캣의 기관수요예측 전날인 지난 5일 전체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율은 지난 1년간 가장 높았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 수요예측 전날인 5일 두산인프라코어(042670)의 전체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율은 35.8%(111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년간 가장 많은 공매도 비율이다. 공매도 물량도 상장 이후 가장 많은 141만5,417주를 보였다. 수요예측 날인 6일과 7일도 공매도 비율은 각각 13.4%(40억원), 19.4%(55억원)를 기록했다.


두산밥캣은 실제 수요예측 단계에서 공모가가 공모 희망가 밴드(4만1,000원~5만원) 아래로 예측되자 10일 상장을 연기했다. 상장 연기 후 두산인프라코어의 10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22% 빠진 7,200원을 기록했다. 이후 꾸준히 주가가 빠지며 14일에는 6,870원까지 주저앉았다.

주가 급락에 공매도에 나선 기관투자가들은 상당한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5~12일 동안 두산인프라코어의 공매도 평균가격은 7,821원이었고 14일 종가가 6,870원인만큼 단순계산으로 공매도 세력은 한 주당 13%(1,000원) 안팎의 수익을 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요예측 전후로 관련된 기관이 실제 공매도를 진행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정보 획득 측면에서 불리한 개인투자자들만 더 큰 손실을 입게 된 모습”이라고 밝혔다. 실제 5일부터 14일까지 개인은 두산인프라코어 주식 217만주를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541만주 순매도를 기록했다.

한편 전일 두산밥캣이 다음달 18일 기업공개(IPO)를 다시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두산그룹주 주가는 예상만큼 강한 상승탄력을 타지는 못했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는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되며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날 두산인프라코어는 1.01% 하락한 6,87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두산밥캣 상장에 직접적 연관이 적은 두산그룹주들은 상장연기 충격에서 벗어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두산엔진은 1.43% 오른 3,540원, 두산은 0.81% 상승한 10만원을 기록했다.

/박시진기자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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