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 지정 카드' 5년만에 꺼낼까

유일호 부총리 "8·25 가계부채대책 효과 미진할땐 추가대책 검토" 밝혀
강남3구 등 서울 16개區, 수도권선 과천·일산·광명...요건 충족 지역 속출
지정땐 DTI 40%로 강화돼 과열차단 '특효처방' 불구 시장찬물 우려에 고심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25 가계부채 대책’이 미진할 경우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가 약 5년 만에 투기지역·투기과열지역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총부채상환비율(DTI)이 60%에서 40%로 강화된다. 특정 지역의 부동산 시장 과열을 가장 손쉽게 잡을 수 있지만 소비·투자·수출 등 실물경제가 부실한 상황에서 자칫 내수시장 전반에 찬물을 끼얹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어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역의 법적 요건과 각 지역의 충족 여부 등을 실무선에서 파악해놓은 상태다. 투기지역은 해당 지역의 부동산 매매, 투기과열지역은 분양시장 과열을 막는 장치다. 이와 관련, 유 부총리는 이날 국정감사에서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이 나타난다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포함해 살펴봐야겠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분간 부동산 가격이 엄청나게 오를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단 투기지역은 주택매매가격이 물가나 전국 가격보다 월등히 높은 곳 중 기재부 장관이 지정한다. 세부적으로 직전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체 물가상승률(9월 1.2%)의 130%를 초과(1.6%)하는 지역이 우선 대상이다. 이 중 최근 2개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국 상승률(1.9%)의 130%를 초과(2.5%)하거나 지난 1년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국 상승률의 130%를 넘는 곳이다. 즉 9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1.6%를 넘고 8~9월 상승률이 2.5%를 초과하는 지역이다.


서울시내 총 25개 구 중 64%인 16개가 이 선을 넘었다. KB국민은행 주택매매가격지수를 기준으로 강남구의 8~9월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은 5%를 기록해 요건을 가장 여유 있게 충족했다. 다음으로 서초구가 4.9%였고 송파구는 3.7%를 나타냈다. 이 외에 영등포가 4.6% 올라 요건에 맞았고 양천구(3.7%), 동대문(3.7%), 마포(3.6%), 노원(3.6%) 등이 있다. 수도권에서도 과천이 4.6%, 일산 동구가 3.6%, 광명시가 3.2% 등으로 요건을 채웠다. 기준 지수는 2013년 이후 한국감정원 것을 쓰지만 이를 적용해도 강남3구를 비롯해 상당수가 투기지역 기준을 넘는다.

지정되면 6억원 이상 주택은 은행권 대출 기준으로 DTI가 40%로 강화된다. DTI는 연간 소득에 따라 대출한도를 정하는 제도다. 현재 수도권에 한해 60%로 규정하고 있다. 연봉이 5,000만원이면 연간 내야 할 원금과 이자가 3,000만원을 넘지 않는 규모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 1세대 3주택 이상인 사람이 투기지역 내 부동산을 양도할 경우 정해진 세율에 10%를 더한 세율을 적용받는 등 세금 부담도 늘어난다.

정부로서는 급증하는 가계빚과 강남 3구를 비롯한 수도권 주택가격 급등세를 막는 특효약으로 활용할 수 있다. DTI가 강화되고 세금 부담이 늘면 주택시장 수요가 줄며 가격은 안정된다. 정부는 지난 2003년 가격 급등 우려가 커지자 강남 3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했고 9년간 유지한 끝에 2012년 해제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카드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보다 현저히 높은 곳 중 주택공급이 있던 직전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5대1을 초과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한다. 일정 시점까지 분양권 전매제한, 청약 1순위 자격제한 등이 가해진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부동산시장 문제는 강남 등 특정지역의 분양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투기지역보다 투기과열지구 카드를 선택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2년 투기과열지구를 도입해 2011년 강남 3구를 마지막으로 모든 투기과열지구를 풀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유 부총리는 박근혜 정부 들어 기재부 산하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는 등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에 “그동안 가격이 상당히 안정돼 있었기 때문에 안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8·25 대책이 오히려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에 “신규 선분양이 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고 있어 이걸 잡아서 가계부채를 관리하자는 것”이라며 “특정 지역의 가격이 오른 것이 (8·25 대책) 때문인지는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이태규기자 조민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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