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양극화는 더욱 심화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거품까지 우려되는 서울 강남 3구와 달리 택지지구를 제외한 수도권과 지방 주택시장의 경우 이미 ‘약세’나 ‘침체’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17~2018년까지 과거 1990년대 신도시 입주 때에 버금가는 76만여가구의 새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어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긴급 진단은 △서울 강남 3구 △서울 비강남 △수도권 택지지구 △수도권(택지지구 제외) △지방 등으로 나눠 이뤄졌다.
◇서울 주택시장, 강남 3구 제외하면 ‘정상’=서울 강남 3구의 주택시장에 대해 ‘거품’이라고 답한 전문가도 있지만 현재의 가격 상승세를 잠재울 만한 요소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오른 면이 없지 않지만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이 낮아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전문위원도 “정부에서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규제를 내놓기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3구 주택시장에 대해 ‘정상’이라고 분석하고 있는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조정기는 있을 수 있지만 계속해서 활황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비강남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전문가 10명 중 9명이 ‘정상’이라고 응답했다. ‘과열’이라는 응답은 1명에 불과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비강남권의 경우 강남발 여파로 일부 지역이 지나치게 많이 오른 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오름폭이 큰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도 “(서울 비강남권의 경우) 별로 오르지 않았다”며 “아직 과도한 수준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서울 비강남권의 경우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수도권, 택지지구와 비택지지구 평가 엇갈려=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은 택지지구와 비택지지구로 나눠 평가했다. 화성 동탄, 고양 삼송, 성남 판교 등 택지지구와 그렇지 않은 주택시장 간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어서다.
수도권 택지지구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과열’ 2명, ‘정상’ 8명 등 정상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했다. 안성용 우리은행 부동산팀 차장은 “택지지구 물량이 줄어들면서 기존 신도시에 대한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가격 역시 전반적으로 크게 오르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과열’로 진단한 전문가들 역시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특정 지역에 단기 투자 수요가 유입돼 일부 지역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며 “현 시장 상황은 과열인데 수도권 택지지구를 선호하는 수요가 많다는 점이 변수”라고 말했다.
반면 택지지구를 제외한 수도권 주택시장은 ‘정상’ 4명, ‘약세’ 6명 등 약세로 보는 견해가 과반수다. 수요가 많지 않은데다 분양가도 크게 올라 위축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도 그렇지만 내년 상반기부터는 더욱 분위기가 안 좋아질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불안한 요소가 긍정적인 것보다는 더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입주물량과 미분양 물량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방 주택시장, ‘정상 1명’, 나머지는 ‘약세·침체’=지방 주택시장의 경우 제주·세종 등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이미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방 주택시장에 대해 ‘정상’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는 1명에 불과했다. 반면 ‘약세’가 4명, ‘침체’가 5명이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 학과 교수는 “아주 안 좋은 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입주물량 증가 등으로 부산 등 인기지역 내에서도 희비가 크게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지방은 그간 너무 잘나갔고 그렇다 보니 분양물량이 오랜 기간 과잉 공급돼왔다”며 “이 같은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은 좀 더 기다려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에서는 주택 구매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매입 시기보다는 시장의 입지와 호재를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부동산팀장도 “실수요자들은 매매에 나서도 무리가 없지만 무리한 투자는 위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시장 진단에 참여한 전문가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 /김연화 기업은행 부동산팀 차장/김재언 미래에셋대우 부동산팀장/권일 부동산인포 팀장/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안성용 우리은행 부동산팀 차장/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전문위원/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