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지배구조 개편 이뤄지나]SK이노베이션 모델 확산하나

합병 땐 손자회사 규제 벗어
투자·M&A등 활동폭 넓어져
집단 에너지 맡은 SK E&S
중간지주사로 재편될수도



SK그룹이 14일 경기 이천시에서 폐막한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통해 ‘중간지주회사 도입 방안’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주요 사업군(群)을 한군데로 모아 경영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SK는 지난 2007년 당시 SK㈜를 지주사인 SK㈜와 사업회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 인적분할한 뒤 SK에너지를 다시 분할해 SK이노베이션을 중간지주사로 하는 소(小) 에너지 그룹을 만든 바 있다.

SK 관계자는 “중간 지주사로 개편하면 자원이 집중돼 효율성이 증가하고 의사 결정이 빨라지는 장점이 있어 필요할 경우 주력 관계사를 중간 지주사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모델 확산하나= SK의 에너지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 등을 거느리면서 석유·화학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 구매 등에서 볼륨을 키워 원가를 줄이는 동시에 연구개발(R&D) 측면에서도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SK E&S 같은 관계사들이 장차 중간 지주사로 규모로 덩치를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회사는 액화천연가스(LNG)와 민간발전 사업 등을 맡고 있다. 아직 뚜렷한 청사진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최근 집단발전 사업 등이 성장 한계에 부딪힌 상태여서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사업구조 재편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밖에 SK㈜ 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미래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SK케미칼 등 바이오 계열사들이 크게 성장할 경우 장차 한 카테고리 안으로 모일 수 있는 기업들로 분류된다.

◇SKT-SK(주) 합병도 관심…그룹선 “지금 아니다”= 시장에서 꾸준히 거론돼 온 SK(주)와 SK텔레콤의 합병 여부도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SK는 다만 중간지주사 도입과 양사 합병은 무관한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이 이미 중간지주사로서 역할을 해내고 있으며, 지금 단계에서 이를 거론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다만 현 구도로는 ‘공룡’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합병론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SK하이닉스가 대대적인 투자를 통한 인수합병(M&A)에 나서기가 어렵다.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증손회사)를 거느릴 경우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유망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을 인수한다고 가정할 경우 51% 지분 투자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망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을 사들여 기술을 신속하게 이전하는 것이 최근 IT 업계의 트렌드인데 이런 측면에서 SK하이닉스는 상당한 한계를 가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원샷법(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 시행돼 손자회사가 3년 한시적으로 50%의 지분만으로 M&A에 나설 수 있도록 허용됐지만 장기적 측면에서는 손질이 필요하다는 게 SK 재계의 중론이다.

SK㈜의 실적을 제고하는 측면에서도 지배구조 재편이 필요하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수익은 모회사인 SK텔레콤을 거쳐 지주사인 SK㈜에 반영된다. 이 때문에 연결 기준으로 지주사에 반영되는 SK하이닉스의 지분법 이익은 크지 않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5조3,361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그룹의 대표적인 ‘효자’ 계열사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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