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 지금 농식품부에 진입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입니다.”(경찰)
지난 11일 오후. 오전까지만 해도 고요했던 정부세종청사가 들썩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동물보호법개정저지투쟁위원회(이하 동투위) 회원들이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가두 행진을 벌인 것이다. 동투위 관계자들은 “사람복지가 우선이다 개복지가 웬말이냐”, “동물보호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육견인 생존권 보장” “표창원 동물보호법 철폐하라” “개고기 합법화” 등의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행진에 나섰다.
압권은 상여였다. 동투위는 꽃상여를 메고 몇 차례에 걸쳐 농식품부 청사에 진입하려고 했고 경찰은 입구를 겹겹이 에워싸 상여의 청사진입을 막았다. 1시간 이상 진행된 집회에 청사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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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 개정안과 개 식용 금지를 둘러싸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식용 개를 사육하거나 개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종사자들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과 동물보호단체의 개 식용금지 운동이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개 식용을 금지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개를 먹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논리를 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 8일 성남 중원동 모란시장에서 ‘개 식용 찬반’ 이슈를 놓고 맞붙기도 했다. 동물보호단체 ‘개고기를 반대하는 친구들’ 소속 회원 30여 명이 모란시장 입구에서 개 식용 및 반려동물 도축 반대 집회를 열자 동투위 상인 100여 명이 맞불 집회를 열었고 승강이가 벌어지는 등 전운이 감돌기도 했다.
대한육견협회 관계자는 “식용 개를 길러 생업을 유지했던 사람들이 10년 전까지만 해도 1만5,000가구에서 현재는 6,000가구로 줄었다”며 “청년실업이나 노인복지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동물복지를 논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개 사육도 산업으로 보고 개를 축산물가공처리법상에 축산물로 등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투위에서 진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이다. 지난 8월 31일 표창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도구ㆍ열ㆍ전기ㆍ물 등에 의한 물리적 방법이나 약물 약품 등에 의한 화학적 방법으로 상해를 입히는 행위 △동물의 목을 조르거나 매다는 행위 △높은 곳에서 추락시키는 행위 △자동차나 원동기장치자전거 등에 매달아 끌고 다니는 행위 △고통스러운 환경에 가두는 행위 등을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다. 특히 이 법안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 당, 정의당 의원 64명이 공동발의해 눈길을 끌었다. 공동발의자 명단에는 추미애 대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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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낀 농식품부는 고민에 빠졌다. 반려동물 산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키워야 하는데 동물보호법 논란이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반려동물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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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