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개 식용도 산업’ vs ‘동물복지 지켜야’··‘개 식용금지’를 둘러싼 전운(戰雲)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동투위,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규모 집회
‘동물보호법 개정안’ 개 학대 금지 내용 담아··동투위 “생존권 위협”
“반려동물 산업 키워야 하는데··난감한 농식품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나와라”(동물보호법개정저지투쟁위원회)

“여러분들 지금 농식품부에 진입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입니다.”(경찰)

지난 11일 오후. 오전까지만 해도 고요했던 정부세종청사가 들썩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동물보호법개정저지투쟁위원회(이하 동투위) 회원들이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가두 행진을 벌인 것이다. 동투위 관계자들은 “사람복지가 우선이다 개복지가 웬말이냐”, “동물보호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육견인 생존권 보장” “표창원 동물보호법 철폐하라” “개고기 합법화” 등의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행진에 나섰다.

압권은 상여였다. 동투위는 꽃상여를 메고 몇 차례에 걸쳐 농식품부 청사에 진입하려고 했고 경찰은 입구를 겹겹이 에워싸 상여의 청사진입을 막았다. 1시간 이상 진행된 집회에 청사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동물보호법 개정안과 개 식용금지를 둘러싸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1일 동물보호법개정저지투쟁위원회 회원들이 정부세종청사에 방문해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박홍용기자



동물보호법 개정안과 개 식용 금지를 둘러싸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식용 개를 사육하거나 개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종사자들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과 동물보호단체의 개 식용금지 운동이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개 식용을 금지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개를 먹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논리를 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 8일 성남 중원동 모란시장에서 ‘개 식용 찬반’ 이슈를 놓고 맞붙기도 했다. 동물보호단체 ‘개고기를 반대하는 친구들’ 소속 회원 30여 명이 모란시장 입구에서 개 식용 및 반려동물 도축 반대 집회를 열자 동투위 상인 100여 명이 맞불 집회를 열었고 승강이가 벌어지는 등 전운이 감돌기도 했다.

대한육견협회 관계자는 “식용 개를 길러 생업을 유지했던 사람들이 10년 전까지만 해도 1만5,000가구에서 현재는 6,000가구로 줄었다”며 “청년실업이나 노인복지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동물복지를 논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개 사육도 산업으로 보고 개를 축산물가공처리법상에 축산물로 등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투위에서 진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이다. 지난 8월 31일 표창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도구ㆍ열ㆍ전기ㆍ물 등에 의한 물리적 방법이나 약물 약품 등에 의한 화학적 방법으로 상해를 입히는 행위 △동물의 목을 조르거나 매다는 행위 △높은 곳에서 추락시키는 행위 △자동차나 원동기장치자전거 등에 매달아 끌고 다니는 행위 △고통스러운 환경에 가두는 행위 등을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다. 특히 이 법안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 당, 정의당 의원 64명이 공동발의해 눈길을 끌었다. 공동발의자 명단에는 추미애 대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SBS 방송캡쳐
법안이 통과될 경우 관행적으로 전기충격기를 이용해 개를 도살하는 행위에 대해 제재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표 의원실 관계자는 “현행법 상에서도 고기를 얻기 위해 개를 죽이는 행위가 금지돼 있지만 개정안은 금지행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해 학대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에 낀 농식품부는 고민에 빠졌다. 반려동물 산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키워야 하는데 동물보호법 논란이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반려동물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16년은 추정치 자료:농협경제연구소·통계청
지난해 말 기준 이미 전체 가구의 22%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데다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인구가 고령화될수록 반려동물 보유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경제연구소는 반려동물 산업 시장이 2015년 1조 8,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6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미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애견용품에서부터 호텔, 카페, 장례서비스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이 농식품부 소관법안이라 동투위에서 농식품부를 향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개 식용금지는 워낙 민감한 사항인데다 동투위의 생존권까지 걸려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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