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대한민국의 가장 흔한 가구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술을 마시는 ‘혼밥족’과 ‘혼술족’, 혼자 놀고 혼자 캠핑가는 ‘혼놀족’과 ‘혼캠족’ 등에게 맞춘 변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520만가구. 전체 가구의 27.2%를 차지한다. 지난 25년 사이 무려 5배나 늘어났다. 과일 크기가 작으면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얘기가 됐다.
과일뿐만이 아니다. 가전제품은 ‘혼냉족’ 제품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1인용 냉방용품이 대표적으로 USB 선풍기, 발풍기, 캔커피나 탄산수 1~2개 정도를 넣을 수 있는 크기의 ‘USB 냉장고’ 등의 매출이 폭증 추세다. 올 들어 상반기까지 전체 소파 판매량은 4%가량 감소했지만 1인용 소파 판매는 30%나 늘어났다.
가능한 쪼개고 줄이는 이런 소비 트렌드가 이제 집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큰 집을 판 뒤 소형 아파트 2채 이상을 매입해 임대를 주는 차원을 넘어 아예 집 자체를 2개로 나누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단지 출입문은 하나이면서 방만 쪼개는 ‘방 쪼개기’가 아니라 출입문·욕실 등의 생활공간을 나누는 ‘집 쪼개기’다. 아파트는 한 채지만 실제로는 2채인 ‘1+1 아파트’인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기존의 중대형 아파트를 소형 2채로 쪼갤 수 있는 세대구분형 주택의 표준 모델을 연내에 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같은 동에 사는 입주민 3분의2 이상이 동의해야만 개조할 수 있는 불편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1인 가구가 앞으로 우리 삶의 무엇을 더 쪼갤지 두려워진다. /이용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