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 규모는 228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2015년(206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10.5% 증가한 수준이다. 건설투자 증가율이 10%를 넘어선 것은 1993년(11.9%)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연평균 10%가량 증가한다는 전망도 보수적으로 계산한 수치”라며 “건설투자에 힘입어 4·4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 이상 2.7% 성장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건설투자는 88올림픽 직후인 1980년대 후반 10% 중반을 넘나드는 증가세를 보였다. 이후 노태우 정부가 200만채 주택건설 정책의 일환으로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를 지으면서 1990년에는 30%라는 증가율을 나타내기도 했다. 외환위기 직후 급감하기는 했지만 참여정부 초인 2003년 8.8%를 기록하며 다시 오름세를 나타냈다.
당시 참여정부는 주택보급률 110%를 달성하기 위해 매년 50만가구씩 250만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건설투자는 2004년 이후 1% 내외의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다 2013년 플러스 반전했고 올해 들어 23년 만에 증가율이 다시 10%대로 올라선 것이다.
우리 경제가 건설 ‘외바퀴’ 성장이라는 기형적 모습을 나타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건설투자의 성장기여율도 올해 2·4분기에 51.5%를 찍었고 올해 전체적으로는 50%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 경제 전체 성장의 절반을 건설투자가 책임졌다는 뜻이다. 다른 두 축인 설비투자와 순수출(수출에서 수입을 뺀 수치) 증가율은 올해 나란히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분양시장 호황에 기댄 주거용 건물 건설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2·4분기 10%를 돌파했던 주거용 건물 건설투자의 증가율은 꾸준히 상승해 올해 2·4분기에는 24.3%를 기록했다. 비주거용 건물은 8.3%, 토목건설은 1.4% 증가에 그쳤다. 건설, 특히 아파트 분양에 기대지 않았다면 우리 경제는 2% 후반대 성장도 힘겨웠던 셈이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한은은 10%를 넘겼던 건설투자 증가율이 내년 상반기에는 5.3%, 하반기에는 3.1%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55%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투자의 성장기여율도 20% 초반 수준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대신 올해 나란히 마이너스를 기록한 설비투자와 순수출이 내년 건설투자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2.8%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장밋빛’이라고 평가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내년에는 (성장률) 숫자가 내려올 수밖에 없는데 건설 말고 성장률을 높일 수 있을 만한 다른 요인이 없다”며 “건설투자가 빠지는 것을 그나마 수출과 설비투자가 채워줘야 2% 중반의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