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해 상반기를 끝으로 에일맥주 ‘에일스톤’의 생산을 중단했다. 에일스톤은 오비맥주가 모기업이자 세계 최대 맥주업체인 ABI의 기술력을 도입해 2014년 4월 선보인 제품이다. 출시하자마자 화제를 모으며 4개월 만에 160만병이 팔렸지만 이후 판매량이 급감해 단종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하이트진로(000080)가 선보인 ‘퀸즈에일’도 고객의 외면을 받은 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퀸즈에일은 하이트진로가 2013년 9월 대형 주류업체 최초로 선보인 에일맥주다. 하지만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현재는 수요가 있을 때마다 소량만 생산하고 있다.
에일맥주는 톡 쏘는 청량감을 내세운 라거맥주와 달리 묵직하고 쓴맛이 나는 맥주다. 알코올도수가 라거맥주보다 상대적으로 높고 개성있는 맛을 구현할 수 있어 맥주시장이 성숙한 국가일수록 에일맥주가 다양하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에일맥주에서 손을 떼고 다시 라거맥주에 주력하면서 맥주시장은 여전히 라거맥주가 전체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에일맥주가 자리잡을 저변이 국내에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원인으로 돌린다. 맥주와 소주를 섞어 마시는 이른바 ‘소맥문화’가 여전해 맥주 자체를 음미하는 에일맥주는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산 에일맥주의 제품 경쟁력이 수입산에 비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롯데마트가 올 들어 지난달까지 판매한 수입맥주 판매량을 종류별로 보면 라거맥주는 66%를 차지했고 에일맥주는 27%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주류업체가 에일맥주를 외면하는 사이 국내 중소 맥주업체인 세븐브로이, 더부스, 코리아마이크로브루어리 등은 맥주 전문점으로 진출해 젊은 세대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며 “국산 맥주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당장 수익성이 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에일맥주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