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5A02 아파트값 비교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서울 강남 3구 주택 시장’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가 ‘버블’은 아니지만 ‘과열’이라고 진단했다. 덧붙여 청약 열기가 뜨거운 일부 수도권 및 지방 주택 시장에 대해서도 소수지만 과열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왔다.
아파트 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강남 3구와 인기 지역 청약 시장은 부동산 버블기인 지난 2006년과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방과 수도권 외곽 지역 등의 경우 시장이 침체돼 있다는 점과 입주물량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 상존 등 여러 면에서는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서울 강남을 비롯해 일부 과열 양상을 보이는 주택 시장에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수요억제 카드를 꺼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과 일부 신규 분양 시장은 2006년과 흡사=버블기인 2006년의 경우 강남권 저층 재건축 아파트 등에 묻지마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집값이 뛰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상승세는 일반 아파트로 확산돼 역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당시 집값이 급등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목동, 분당, 평촌, 용인 지역 등 7곳은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의미에서 일명 ‘버블세븐’ 지역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또 당시 강남권을 대체하는 최고의 인기 주거지로 꼽히던 판교신도시의 고분양가 여파로 신도시와 인근 지역 아파트값까지 급등하며 상승세에 불을 질렀다.
전문가들은 2006년 상황을 현재와 비교했을 때 강남 3구 재건축 시장과 일부 신규 분양 시장은 2006년과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값이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강남권 분양 단지의 고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끌어 올리는 것도 2006년과 흡사하다. 아울러 일부 지역 신규 분양 시장 역시 2006년과 흡사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과열, 저금리 등은 과거와 달라=흡사한 점이 있지만 2006년과 다른 점도 적지 않다. 우선 2006년과 달리 전국적 집값 상승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2006년 한 해 동안 31.11% 상승했고 1기 신도시는 35.44%, 전국은 24.80% 급등했다. 그러나 올해 10월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5.67%, 신도시는 2.49%로 2006년에 크게 못 미친다.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도 2.85% 수준이다.
덧붙여 경제여건 역시 다르다. 2006년에는 고성장·고금리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저성장·저금리 시대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다르다. 2006년에는 전세가 비율이 50% 안팎이었다. 그만큼 투기적 수요가 집 매입에 가세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세가 비율이 70%대이고 전세가 상승으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선 것도 2006년과 다른 상황이다. 아울러 공급과잉 우려도 다르다. 오는 2017년부터 2018년에 76만여가구가 입주를 앞두면서 향후 아파트값 하락을 전망하는 의견이 우세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정부, 투기과열지구 카드 꺼내나=한편 정부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수요억제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3구의 과열 현상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수도권·충청권은 5년, 그 외 지역은 1년으로 각각 연장된다.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 양도는 제한되고 최대 3가구까지 가능한 조합원 분양 가구 수가 1가구로 줄어든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달 14일 국정감사에서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투자 목적의 과도한 수요 등에 의한 과열 현상이 이어질 경우 단계별·선별적 시장 안정 시책을 강구해나갈 방침”이라며 “지역별 주택 시장의 차별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각 지역의 시장상황에 대한 맞춤형 처방이 적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