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슨 리가 16일 미국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버디를 노린 어프로치 샷이 홀 옆에 멈추자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제공=KLPGA
한국계 앨리슨 리(21·미국)가 ‘어머니의 나라’에서 생애 첫 우승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앨리슨 리는 16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파72·6,364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4라운드에서 3타를 잃어 카를로타 시간다(26·스페인)와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동률을 이룬 뒤 첫 번째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은 시간다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앨리슨 리의 아버지는 아일랜드계 한국인, 어머니는 토종 한국인이다. 이화현이라는 한국이름도 가진 앨리슨은 주니어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뒤 2014년 말에 치른 L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한 유망주다. 지난 2월 미국 골프매거진이 뽑은 ‘올해의 골프계 미녀’ 9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에 재학하며 학업과 투어를 병행 중인 그는 루키 시즌 상금랭킹 23위에 올라 연착륙했다. 이번 시즌에는 어깨 부상과 정신적 슬럼프로 다소 부진했으나 하반기 들어 캐나다 여자오픈 7위, 타이완 챔피언십 10위 등 상승세를 탔다.
우승트로피를 든 카를로타 시간다. /사진제공=KLPGA
전날 3타 차 단독 선두에 올라 우승 전망을 밝혔던 앨리슨 리는 우승 문턱에서 돌아섰지만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니며 또 한 명의 LPGA 투어 한국계 스타로 떠올랐다. 2012년에 투어에 데뷔한 시간다는 생애 첫 우승을 짜릿한 역전극으로 장식해 한국을 ‘약속의 땅’으로 기억하게 됐다. 92번째 출전 만에 감격을 누린 시간다는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앨리슨은 중압감 때문인 듯 10번홀까지 버디 없이 보기만 4개를 쏟아내며 뒷걸음질을 했다. 바로 앞 조에서 경기한 시간다가 그 사이 10번홀까지 버디만 6개를 뽑아내 선두 자리를 꿰찼다. 시간다는 한때 4타 차로 선두를 질주해 무난히 정상으로 치닫는 듯했다. 하지만 순항하던 시간다도 14번홀(파4)에서 한꺼번에 2타를 잃으면서 분위기가 돌변했다. 앨리슨 리가 15번과 17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시간다가 마지막 18번홀(파5) 보기를 기록하면서 순식간에 순위가 뒤바뀌었다. 마지막 홀에서 파만 지켜도 우승할 수 있었던 앨리슨은 세 번째 샷을 물에 빠뜨린 끝에 1타를 잃어 연장전에 끌려갔다. 18번홀에서 치른 첫 번째 연장전에서 앨리슨 리는 러프를 전전하다 네 번째 어프로치 샷을 홀에 바짝 붙여 파 세이브를 했으나 시간다는 2m 가량의 버디 퍼트를 놓치지 않고 우승을 결정지었다.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여자골프 군단은 렉시 톰프슨(미국)이 정상에 오른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안방에서 우승컵을 내줬다. 최근 3차례 이어진 한국 선수의 LPGA 투어 우승 행진도 중단됐다. 2002년부터 15차례 펼쳐진 국내 유일의 LPGA 투어 대회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는 이로써 6번째로 외국 선수가 우승을 가져갔다. 한국 선수 가운데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올 시즌 1승을 거둔 김민선(21·CJ오쇼핑)이 공동 3위(8언더파)로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허미정(27·하나금융그룹)이 공동 5위(7언더파), 배선우(22·삼천리)가 공동 7위(6언더파)로 뒤를 이었다. 이날 4타 차 3위로 출발한 김인경(28·한화)은 4타를 잃고 공동 10위(5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KLPGA 투어 ‘1인자’ 박성현(23·넵스)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2오버파 74타를 쳐 공동 13위(4언더파)로 밀렸다.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자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1타를 줄여 박성현과 같은 공동 13위를 마크했다. 디펜딩 챔피언 톰프슨도 공동 13위에 자리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