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경제 유지가 美에 도움"...시장에 '비둘기' 띄운 옐런

연말 기준금리 인상 이후엔
추가긴축 신중히 진행 메시지
금융시장 과도한 우려 잠재워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올해 말 기준금리 인상 이후의 비둘기적 행보를 예고하며 금융시장의 긴축 우려감을 덜었다. 옐런 의장은 강한 총수요로 기업투자와 고용시장을 부양하는 “‘고압경제(high-pressure economy)’가 (미국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해 내년 이후 추가 긴축을 신중히 진행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는 금융시장이 12월 금리 인상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옐런 의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보스턴연방준비은행 주최 콘퍼런스에서 “강한 총수요가 유지되면서 고용이 활기를 띠는 ‘고압경제’를 지속하는 것이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에 형성된 부정적 영향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압경제는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며 기업활동이 활성화하고 이에 따라 노동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옐런 의장은 고압경제 하에서는 “기업의 매출 증가가 추가 자본지출로 이어져 경제의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고 경제 과열은 불경기로 구직을 포기했던 사람도 다시 노동시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연구개발(R&D) 투자와 창의적 사업활동에 인센티브가 부여된다”며 “이는 다시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완전고용에 근접한 낮은 실업률 하에서도 불완전한 고용시장과 기업의 R&D 투자, 생산성 하락 등의 문제에 직면한 상태지만 완화적 통화정책과 맞닿은 고압경제가 이의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옐런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후로 연준이 거듭 시사해온 연말 금리 인상 전망을 거스르는 듯하지만 연준이 급격하게 매파적(긴축정책)으로 움직이는 데 대한 시장의 우려를 진화하려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내 금리를 인상한 뒤 추가 인상에는 ‘점진적’이고 신중하게 나선다는 메시지를 보강한 셈이다.

금융시장에서는 12일 공개된 9월 FOMC 회의록에서 연준이 ‘간발의 차’로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확인되자 12월 금리 인상 확률이 50%대에서 단숨에 70%로 급등하고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등 긴축 경계감이 고조됐다. 달러 강세는 기업 수익성과 물가에 부담을 줘 연준이 금리 인상 과정에서 우려하는 부분이다.

데이비드 키블 크레디아그리콜 글로벌 시장 애널리스트는 “(옐런이)12월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지만 금융시장이 앞서 가기를 원치 않는 것 같다”고 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 경제가 더 추진력을 얻도록 옐런은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할 생각”이라며 “앞으로 몇 달간 매우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옐런 의장이 연내 현행 기준금리(0.25~0.5%)를 0.25% 포인트 인상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옐런 의장은 “저금리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그로 인한 손실이 이득보다 더 커진다”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너무 오래 유지했을 때 금융체계나 가격 안정성에서 이익을 초과하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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