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의 국지적 과열을 고려해 정부가 기존 투기과열지구와는 다른 ‘가칭 관리지역’을 새롭게 지정, 과열 분위기를 진정시킬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대해 전반적 상승장이 아닌 국지적 과열로 판단하고 있는 만큼 규제의 강도가 높고 파급효과도 넓은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 지정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책 이후에도 과열 양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에는 또 다른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권 등 ‘가칭 관리지역’ 통한 맞춤형 대책=정부가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 지정이 아닌 새로운 카드를 검토하는 것은 자칫 국지적 과열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가 시장 경착륙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가칭 관리지역’에서는 투기과열지구에 적용되는 규제안보다는 강도가 낮지만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줘 수요를 조절하는 규제책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새롭게 적용될 관리지역의 경우 전매제한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고 재당첨을 금지하는 한편 청약 1순위 자격도 강화하는 방안 등 투기적 수요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우선 적용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상황에서 나올 정부의 대책은 강력한 규제안이 적용되는 것보다는 언제든지 과열된 주택시장에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매제한 기간을 1년 정도 늘리고 재당첨 제한 정도가 우선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정부의 규제안이 발표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부동산시장에 대해 정부가 규제 강화를 언급하면서 집값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역시 적어도 이번주 시장 상황을 모니터한 뒤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강남권 등 동 단위로 과열과 정상 나뉘어=시장에서도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같은 강력한 규제안보다는 연착륙을 유도하는 완화된 규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대책이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구 단위가 아니라 동별로 나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1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최근 3개월간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각각 4.04%, 4.44%로 조사됐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0.6%로 올 들어 매달 1%를 넘지 않는 상황인 만큼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하게 높아 지금 당장이라도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으로 지정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강남구와 서초구 역시 오르는 곳만 오르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이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강남구의 경우 재건축 호재가 있는 압구정동(7.09%)과 개포동(5.61%), 일원동(5.6%), 수서동(5.37%) 등은 5% 이상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자곡동(0.00%), 세곡동(1.03%), 삼성동(1.12%), 도곡동(1.64%) 등은 상승률이 1% 안팎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서초구도 마찬가지다. 잠원동이 7.03%로 집값이 급등한 가운데 반포동(5.41%)과 양재동(3.08%) 등만 상승률이 높을 뿐 신원동(0.18%), 우면동(0.75%) 등은 상승률이 1%도 채 되지 않는다. 결국 시·군·구 단위로 규제안이 적용될 경우 집값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지역까지 규제 영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도곡동 T공인 관계자는 “개포동과 압구정동 집값을 잡겠다고 강남구 전체에 규제가 적용되면 재건축 아파트가 적은 도곡동 등의 지역은 오히려 침체할 가능성도 높다”며 “보다 선별적이고 세부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부작용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