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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대로 도약 한계…한국 고유 콘텐츠 통해 지역 정체성 강화 필요”
◇지역이냐 국제무대냐 결정시기=“키아프는 로컬, 즉 한국 화랑을 위한 지역아트페어가 될 것이냐 아니면 ‘아트바젤 홍콩’ 같은 인터네셔널 아트페어로 도약할 것이냐의 방향성을 결정할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습니다.”
애비 뱅서 디렉터는 프리즈 아트페어(현지시간 지난 6~9일)를 끝내자마자 한국으로 왔고 키아프를 비롯한 한국의 아트페어와 비엔날레 등을 돌아본 뒤 17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내 갤러리가 주축이 돼 미술품 견본시장으로 설립된 키아프가 국제적인 아트페어로 성장하기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지역적 정체성’을 강화해 한국미술계 고유의 콘텐츠를 선보이는 게 타개책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마찬가지로 벤자민 제노치오 아모리쇼 디렉터는 “서구는 물론 중국·일본 컬렉터가 한국에서 작품을 사기란 쉽지 않다”면서 “10년 전만 해도 25개이던 전 세계 아트페어가 250여 개로 10배나 증가했고 예술과 관련된 글로벌 경제구조가 형성됐지만 뉴욕이든 런던이든 아트페어의 판매 비중은 지역(local) 수요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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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시장 10년간 85% 성장…지역내 수요 적극 공략하고 운송·거래 용이성 확보를”
◇작품 다양성·거래 용이성이 관건=미술계 전문가 상당수는 이번 키아프를 “중견 이상, 원로작가가 주도한 노후한 느낌의 아트페어”라며 작품 다양성의 부족을 꼬집었다. 비슷한 인상을 받은 뱅서 디렉터는 “프리즈는 고미술부터 20세기 거장까지 아우르는 ‘프리즈 마스터’를 ‘런던 프리즈’ 기간에 병행해 개최하는 동시에 아트페어 출품작에서는 검증된(established) 작가와 신진작가의 비율을 비슷하게 유지하려 애쓴다”면서 “아트페어 내 ‘포커스 섹션’은 12년 미만의 신생갤러리 37개 정도가 전속작가를 선보이는데 컬렉터들은 우리 아트페어를 신뢰하는 만큼 이들 젊은 작가를 주목한다”고 소개했다. 올 프리즈는 여성작가 기획전, 1990년대 특별전 등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했다. 아트페어가 대규모 상업행사지만 참여하는 사람들은 화상과 작가, 컬렉터를 비롯해 미술관,큐레이터,평론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하는 곳인 만큼 새로운 시선의 시작점으로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음을 노린 것이다.
제노치오 디렉터는 거래 용이성으로 아시아 지역 내 경쟁력 확보를 조언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크지만 엄격한 수출입법과 전시 검열 등으로 제대로 된 아트페어가 어렵다”면서 “아트페어가 성공하려면 교통과 작품운송의 용이성, 호텔 인프라가 필요하며 낮은 세율이 중요한 경쟁력인데 홍콩·두바이·스위스의 도시들이 이런 이유로 성공했다”고 말했다. 한국화랑협회의 경우 아시아 8개국 화랑협회 연합체인 아시아태평양화랑협회연합(APAGA)의 일원으로 아시아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체규모가 4,000억원을 넘기지 못하는 한국미술시장의 한계가 크게 작용하고 있어 저변 확대든 기업 소장품 구입 독려를 위한 세제 개선 등 파이 자체를 키울 방안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