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25일 전남 영암군 덕진면 한 오리농가에 호기성호열미생물 처리방식으로 매몰된 오리가 1년 5개월이 지났는데도 소멸되고 않고 있다. /사진=김선덕기자
전남 나주시 세지면 죽동리 한 오리농가도 2015년 1월29일 매몰됐지만 최근까지도 오리 형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 /사진=김선덕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으로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살처분한 미생물 처리방식이 엉터리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매몰된 동물 사체가 3~6개월이면 완전 분해돼야 하지만 1년이 훌쩍 넘도록 소멸되지 않아 2차 피해마저 우려되고 있어 매몰지에 대한 전수 조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19일 전남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4~2015년까지 107농가(오리 101·닭 6)에서 AI가 발생해 예방적 살처분까지 총 378만7,000 마리를 살처분 했으나 이날 현재까지 대부분의 오리가 소멸되지 않고 있다.
전남도측은 당시 마이크로맥스사가 왕겨와 미생물을 혼합해 만든 호기성호열미생물 처리 방식을 통해 살처분에 들어갔다. 살처분 담당 관계자들은 ‘3~6개월이면 동물 사체가 완전 소멸된다’는 업체의 말과 ‘정부의 AI 대응 방침 권고’에 따라 마이크로맥스사에 살처분 매몰 작업을 맡겼다. 전남지역은 AI 매몰지 155곳 가운데 이 업체의 호기성호열미생물 처리방식이 90%(140곳)을 차지했다. 매몰지 조성 비용은 한 곳당 평균 3,500만원이 소요됐다는 점에서 적어도 30억~40억 가량의 예산이 투입된 셈이다. 나주시는 지난해 14농가에서 20만5,200 마리의 살처분 처리비로 3억4,879만원이 지급됐으며, 영암군은 20농가에서 63만6,700 마리를 살처분 하는데 10억여원이 투입됐다.
실제로 2015년 5월 25일 매몰된 영암군 덕진면 한 오리농가를 방문해 직접 확인한 결과 1년 5개월 지난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오리가 소멸되지 않은 채 흙 속에 사체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될 경우 AI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AI를 확산시킬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나주시 세지면 죽동리 한 오리농가도 2015년 1월말에 매몰처리 됐지만 최근까지도 오리 형체가 그대로 남아 있어 전체 매몰지에 대한 철저한 전수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땅을 파내고 그 곳에 왕겨와 미생물을 혼합해 매립하는 호기성호열미생물처리 업체는 전남 나주시에 본사를 둔 마이크로맥스가 전국에서 유일하다. 이 업체는 미생물 처리 특허를 통해 조류는 3개월, 대가축은 6개월이면 모두 소멸된다고 전남도와 시·군에 홍보를 하면서 살처분 영업을 독식하고 있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조차 AI 발생 매몰시에는 사체의 신속한 분해, 악취 제거 및 침출수 증발 등을 위해 미생물(호기성 호열미생물 등) 처리를 권장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살처분 매몰지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맥스사 관계자는 “사체 처리하는 것까지만 우리가 작업을 하고 관리는 지자체에서 하고 있다”며 “수분이 모자라거나 빗물이 너무 많이 스며들어 가면 사체가 썩지 않는데 지자체에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무안=김선덕기자 sd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