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경제와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이 확장일로에 있는 것이 좋고 바람직한 일일까. 일단 외형적인 성장 측면에서 보면 작은 것보다 큰 것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제와 문화가 세계 곳곳에 널리 퍼져나가는 것이 결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규모와 양적인 성장이 반드시 선일까라고 진지하게 물을 필요가 있다.
춘추전국시대 개별 나라들은 “죽느냐 사느냐?”라는 극단적인 경쟁 상태에서 규모를 키우는 것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러한 욕망이 바로 나라를 경제적으로 부유하게 하고 군사적으로 강하게 하자는 부국강병의 논리로 구현됐다. 노자는 확대와 가속만이 살길이라며 부국강병을 외치는 시대에 반대로 축소와 감속을 외치는 소국과민(小國寡民·작은 나라 적은 백성)을 주장했다.
당시 사람들은 노자의 소국과민이 비현실적이라고 봤다. 소국과민은 다른 나라의 공격을 불러들일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자는 전혀 달리 생각했다. 부국강병은 도대체 어떻게 실현이 되는 것일까. 부국강병은 이웃 나라와 끊임없이 경쟁하게 되고 극단적으로 전쟁마저 불사하게 된다. 이것은 백성들로 하여금 편안히 제 살던 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고향을 떠나 타향을 떠돌아다니게 만든다. 전쟁에서 군공을 세우려면 목숨의 위험을 돌보지 않고 전진해야 한다. 나아가 전쟁에서 이기려면 평소 전쟁 물자의 생산을 위해 군사비용을 많이 지불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부국강병의 논리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기회비용이기도 하다. 부국강병의 논리를 실현하기 위해 국민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그만두게 되고 쓰고 싶은 돈을 원하는 곳에 쓰지 못하게 된다. 즉 부국강병이 가능하려면 인간의 비인간화가 필연적으로 뒤따라오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소국과민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는 만큼 부국강병이 위험하고 낭비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노자는 다들 부국강병을 외칠 때 무조건 그 길로만 나아가야 한다고 하지 않고 과연 나아가도 좋은가 라며 회의를 했던 것이다.
국가와 기업의 경영에서도 정책이 잘 추진되고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 ‘확장’과 ‘가속’의 유혹을 느끼게 된다. 지금 잘되는 만큼 규모를 늘리면 이윤과 효과가 두 배, 새 배씩 늘어나리라고 예상되기 때문이다. 확장과 가속이 객관적이고 엄정한 평가가 아니라 욕망에 바탕을 두면 성공의 가도가 아니라 실패의 현기증을 겪게 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진해운은 국내 1위, 세계 7위의 해운 업체였다. 2007년에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한진해운의 경영진은 확장과 가속의 유혹을 느꼈다. 그러나 호황이 오래가지 않자 확장과 가속은 발전의 신화가 아니라 부패의 누적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가와 기업의 경영에서 확장의 유혹을 느낄 때 흐름을 유리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망할 것이 아니라 불리하고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 노자의 소국과민은 확장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상황에서 그 이면을 돌아보게 하는 감속장치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