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삼성역에 '거대 지하도시' ... 서울 대표상권 판도 바뀐다

1㎡당 임대료 10%대 상승
종각·강남역과 격차 좁혀
강남·북 1위지역 교체될듯
중소형 빌딩 시장도 후끈

2215A01 광화문·삼성역에 조성될 지하도시 개요
서울 광화문과 삼성역 일대에 조성되는 ‘거대 지하도시’가 서울 상권의 판도를 바꿀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서울 강북은 ‘종각역’, 강남은 ‘압구정·강남역’ 상권이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데 매머드급 지하도시로 강남북 1위 상권의 얼굴이 바뀔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하도시 규모를 보면 광화문의 경우 시청~광화문 일대 약 3만1,000㎡ 규모로 축구장의 4배에 달한다. 삼성역 지하도시는 삼성역~봉은사역 42만㎡로 축구장의 60배 이상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거대 지하도시 조성을 계기로 서울 강북은 광화문, 강남은 삼성역 상권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아직 해당 지역 대표상권으로 올라오지는 못했지만 광화문·삼성역 상권이 기존 1등 상권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반면 기존 대표 상권들의 경우 약보합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부동산114의 상권 임대료 조사자료를 보면 삼성역 상권의 경우 올 3·4분기 임대료가 1㎡당 3만7,000원을 기록했다. 올 1·4분기의 3만3,500원에 비해 10.4%가량 오른 수치다. 서울 강남권 주요 상권에서 임대료가 계속 상승하는 것은 삼성역 상권이 거의 유일하다.

광화문 상권의 기세 역시 만만치 않다. 임대료가 2·4분기 역대 최고 수준인 1㎡당 4만1,500원을 찍은 후 3·4분기에는 3만7,700원으로 조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인근 종각역 상권에 눌렸지만 광화문 일대에 신규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고 지하도시 조성이 추진되면서 신흥상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동환 엠비앤홀딩스 부사장은 “최근 임대조건을 상승시키는 것은 업무시설 밀집 여부”라며 “삼성역과 광화문은 이 조건을 충족하는데다 수요를 더 일으킬 만한 요인이 많아 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복합 쇼핑타운 역할 .. 주변 부동산 값도 상승 예고>

“삼성동 일대 아파트 가격 강남서 가장 많이 오를 것”




이 같은 여세를 몰아 상권 판도 변화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약 42만㎡ 규모로 지하도시에 광역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서는 삼성역 일대는 분기별 기준으로 올해 들어 ㎡당 임대료가 계속 오르고 있다. 반면 인근 강남역 상권의 경우 임대료가 2·4분기에 전 분기 대비 하락했다. 3·4분기에는 소폭 상승했지만 예전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삼성역과 강남역 상권과의 임대료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2014년 1·4분기에는 1㎡당 강남역 4만6,300원, 삼성역 3만6,000원으로 임대료 격차가 1만원 이상 벌어졌다. 하지만 올 3·4분기 기준으로는 강남역 4만6,300원, 삼성역 3만7,000원 등으로 격차가 9,300원으로 줄었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도 좀 다르다. 삼성역 일대의 경우 각종 개발호재로 중소형 빌딩 시장이 후끈 달아오른 상태다. 이면도로 등의 중소형 빌딩도 빠르게 주인을 찾아가고 있다.

광화문 상권 역시 종각역 상권을 빠르게 쫓아가고 있다. 종각역 상권 1㎡당 임대료는 올 1·4분기 6만5,100원, 2·4분기 5만4,100원, 3·4분기 4만6,500원 등으로 지속 하락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광화문 등 인근 상권으로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광화문 상권 임대료는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면서 두 상권과의 임대료 격차가 올 3·4분기 8,800원으로 좁혀졌다. 2014년 1·4분기만 해도 양 상권과의 임대료 격차는 1만1,100원으로 1만원 이상이었다.

아울러 광화문과 삼성역에 들어설 거대 지하도시는 상권뿐 아니라 주변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지하도시에 조성되는 상권이 단순 상권이 아니라 거대 쇼핑몰과 환승센터 등을 갖추면서 ‘복합쇼핑타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광화문에 들어설 강북 지하도시 구상이 현실화되면 서울시청·광화문·시청역(1·2호선) 등 12개 지하철역과 30개의 대형빌딩이 이어진다. 지하와 지상이 연결되면서 거대 쇼핑공간이 탄생하는 셈이다. 삼성역 지하도시의 경우 삼성역에서 봉은사역 사이 영동대로 밑으로 지하6층 시설(연면적 16만㎡)이 코엑스 상업몰(16만5000㎡), 현대차 통합신사옥(GBC·9만6000㎡) 등과 지하로 이어지면서 잠실야구장의 30배, 63빌딩의 2.5배 규모(42만㎡)인 초대형 복합상권 탄생을 앞두고 있다.

모 디벨로퍼는 “거대 지하도시가 조성되는 삼성동 일대 아파트 값이 재건축을 제외하고 강남권에서 가장 많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며 “몰세권 효과에서 알 수 있듯이 거대 지하도시가 거대 쇼핑타운 역할을 하면서 주변 부동산 값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광화문·삼성역이 1등 상권으로 부상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김민영 부동산114 연구원은 “삼성역·광화문 일대에 지하상권이 더해져도 강남역·종각역은 물론 최고 상권인 명동이나 신사동·홍대 등 넘어야 할 산은 많다”며 “지하상가 상권이 수요를 붙잡아두는 ‘항아리상권’이라기보다 유동인구가 흘러가는 느낌도 강해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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