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왼쪽)과 고진영이 21일 KB금융 스타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매서운 눈빛으로 그린을 읽고 있다. 둘은 이날 2인 플레이에 대해 “매치플레이 느낌도 나고 재밌게 쳐서 둘 다 좋은 점수를 냈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제공=KLPGA
전인지(22·하이트진로)의 기권으로 국내여자프로골프 1·2인자 간 매치플레이 분위기로 치러진 경기. 박성현(23·넵스)과 고진영(21·넵스)의 대결은 돌발 변수와의 싸움이었다. 박성현은 까다로운 디보트(뜯긴 잔디) 자국 탓에 더블 보기를 범했고 고진영은 경기 중 옷이 찢어져 곤욕을 치렀다. 그럼에도 둘은 나란히 선두권으로 마무리하며 불꽃 튀는 우승 경쟁의 판을 깔았다.
박성현과 고진영은 21일 경기 양주의 레이크우드CC(파72·6,800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KB금융 스타챔피언십(총상금 8억원) 2라운드 같은 조 맞대결에서 똑같이 4타씩을 줄였다. 박성현은 이틀 합계 9언더파 공동 3위, 고진영은 8언더파 공동 5위로 주말 36홀을 맞게 됐다. 상금 2위 고진영에 약 2억7,000만원 차로 앞선 박성현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상금왕을 확정한다. 고진영은 대상(MVP) 포인트에서 간발의 차로 박성현에 앞선 1위다.
10번홀에서 출발한 박성현은 초반 버디 3개로 속도를 높이다가 18번홀(파4)에서 2타를 잃으며 삐끗했다. 티샷을 잘 보냈으나 핀까지 약 80m를 남긴 두 번째 샷에 문제가 생겼다. 디보트 자국에 걸린 볼을 걷어낸다는 것이 어이없이 짧게 떨어진 것. 이후 어프로치 샷은 많이 지나갔고 3퍼트까지 나와 더블 보기를 적었다. 박성현은 “디보트 자국에서 친 게 잘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모래가 많았던 모양이다. 클럽이 밑으로 쑥 빠지고 말았다”고 아쉬워했다. 박성현은 그러나 9번홀(파4) 그린 가장자리에서 어려운 경사의 버디 퍼트에 성공하는 등 마지막 4개 홀에서 버디만 3개를 챙기는 뒷심으로 이름값을 해냈다. 경기 후 그는 “18번홀을 생각하면 아직도 저한테 화가 난다. 그 홀의 영향이 이후 세 홀에도 미쳤다”고 돌아보며 “그래도 퍼트 감이 나쁘지 않았고 마지막 홀까지 집중하고 점수를 줄였다는 데 만족한다. 3·4라운드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성현은 첫날 드라이버 샷 실수로 보기를 적는 등 이틀간 18번홀에서만 3타를 잃었다. 남은 이틀간 18번홀 변수를 지우는 게 시즌 8승의 관건이 된 셈이다.
고진영은 상의가 찢어진 줄 모르고 9홀을 돌았다. 이후 겉옷 한 겹을 벗었지만 이번에는 임시로 가슴에 붙인 후원사 패치가 말썽이었다. 백스윙 때 팔에 걸려 느껴지던 불편함이 5번홀(파3) 섕크(심하게 오른쪽으로 빗나가는 미스 샷)로 이어져 보기를 적었다. 이틀간 고진영의 유일한 보기였다. 고진영은 “(1~3번홀 연속 버디 등) 흐름이 좋았는데 미스 샷 이후로도 몸에 불편한 느낌이 남아서 남은 홀들을 자신 있게 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패치를 떼고 칠 수도 있었지만 고진영은 “후원사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그럴 수는 없었다”고 했다.
전날 허리 통증 탓에 풀스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2언더파를 쳤던 전인지는 통증이 심해져 이날 경기를 앞두고 기권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 전인지는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다.
LPGA 투어에서 뛰는 스폰서 추천선수 이미향(23·KB금융그룹)과 올 시즌 데뷔 첫 승을 올린 김해림(27·롯데)이 10언더파 공동 선두로 나섰다. 박서영(31·삼우건설)은 12번홀(파3) 홀인원으로 재규어 F-페이스 SUV 차량을 받게 됐다. /양주=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