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이 20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정부재정통계(GFS)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4년 현재 일반정부의 총지출액은 484조1,000억원으로 GDP 대비 32.6%를 기록했다. 비교 가능한 OECD 29개국 중 칠레(23.9%) 다음으로 낮았다. 일반정부 총지출은 중앙·지방정부가 쓴 돈으로 국민연금 지급액 등 모든 정부 지출이 포함된다.
최근 IMF가 ‘정부 돈을 더 풀라’고 지목한 ‘트리오(한국·독일·캐나다)’ 가운데 독일은 44.4%, 캐나다는 39.6%를 기록해 한국의 재정지출이 가장 적었다. 정부가 가장 많은 돈을 푼 곳은 핀란드로 58.6%였고 2위는 프랑스(57.5%), 3위는 일본(56%)이다.
한국 재정지출의 GDP 대비 규모는 2013년에도 32.4%로 칠레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였고 2012년은 33.6%로 뒤에서 세 번째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에도 28.4%로 32개국 중 31위를 기록했다. 2015년 통계가 공개된 OECD 집계 기준을 봐도 한국 일반정부 지출의 GDP 대비 규모는 31%로 비교 가능한 28개국 중 가장 낮았다.
물론 정부가 거둬들이는 각종 세금·연금보험료 등이 적으면 정부지출 규모가 작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재정은 이를 감안해도 다른 나라에 비해 지출액이 적었다. 2014년 현재 일반정부 총수입은 505조원으로 GDP 대비 34%였다. 정부지출(484조1,000억원·GDP 대비 32.6%)보다 많았다. 정부가 푸는 돈보다 거둬들이는 게 더 많다는 의미다. GDP 대비 수입 규모에서 지출을 뺀 것은 1.4%포인트였다. 29개국 중 정부가 거둬들인 돈이 더 많은 곳은 노르웨이(격차 9.1%포인트), 룩셈부르크(1.5%포인트), 터키(0.4%포인트), 독일(0.3%포인트) 등 5개국에 불과했다. 캐나다는 수입이 37.7%인 반면 지출이 39.4%로 푸는 돈이 더 많았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은 “우리는 경제 규모가 크지도 않고 기축통화국도 아니어서 무한정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여러 지표를 보면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출산, 인구 감소, 경기 부진 등 악순환의 고리를 가만히 지켜보기보다 경기를 반등시킬 적절한 타이밍에 재정을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는 내년 40.4%로 전망돼 OECD 평균(115.2%), 미국(110.6%), 일본(229.2%)에 비해 낮다. 하지만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400조7,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3.7%, 추경 포함 예산보다 0.6%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정도(내년 경상성장률 정부 전망치 4.1%)에도 못 미쳤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