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티켓 구하기 힘들자 웃돈 보통 2~3배..고삐풀린 암표, 온라인서 또 기승

오프라인 암표 매매와 달리
단속 근거없어 가격 천차만별
돈만 챙기는 사기피해까지 급증
피해 당해도 보상받을 길 없어
"벌금 미미해 근본적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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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태성(29)씨는 여자친구와 지난 1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경기를 보기로 했다. 경기를 며칠 앞두고 입장권(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했지만 이미 매진 상태였다. 인터넷을 뒤지던 김씨는 티켓거래 사이트에서 판매글을 발견하고는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티켓을 구입했다.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시즌을 맞아 웃돈을 받고 온라인에서 암표를 판매하는 ‘봉이 김선달’이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온라인 티켓거래 사이트에서 정상가의 2~3배, 많게는 10배 이상의 가격으로 암표가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암표 가격이 천차만별인 까닭은 오프라인 암표시장과는 달리 온라인 암표시장에 대한 단속과 법적 제재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암표 매매는 오프라인 거래에만 적용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관련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경찰은 온라인 암표 거래에 대한 단속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 암표 가격도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로 높게 형성되고 있다.


특히 국내 연예인이 출연하는 콘서트는 티켓 확보 경쟁이 치열한 만큼 암표 가격도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높게 매겨진다. 8월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빅뱅 데뷔 10주년 콘서트 티켓은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서 정상가보다 10배가량 비싼 100만여원에 팔리기도 했다. 해당 사이트 게시글에는 ‘500만원이라도 낼 생각이 있다’는 구매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리자 허위매물을 등록해 돈만 챙기는 온라인 사기 피해도 늘고 있다. 인터넷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인 ‘더치트(www.thecheat.co.kr)’에 따르면 2011년 1,280건이었던 온라인 티켓 직거래 사기 건수는 2012년 2,017건, 2013년 3,360건, 2014년 4,737건, 2015년 3,354건 등으로 늘었다.

문제는 온라인 사기 피해를 당하더라도 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소비자 피해 구제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은 온라인 암표상과 소비자 간 합의권고 등 피해에 대한 구제행위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구제는 사업자와의 재화나 용역의 거래에 국한된다”며 “개인적인 채널을 이용해 티켓을 판매하는 암표 매매는 상법상 지속적인 영업행위를 하는 사업자로 보기 힘들어 피해구제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강 의원은 12일 현행법의 암표 매매 규정에 온라인에서의 매매를 추가하는 내용의 경범죄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범죄 벌금이 20만원에 불과한 만큼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암표 거래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관계부처와 사이트 운영자가 함께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찰청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티케팅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대량으로 티켓을 확보하는 기업형 암표상까지 등장했다”며 “정보통신망법 벌칙조항에 온라인 암표 거래를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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