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7일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사진) 공화당 후보가 22일(현지시간) 역대 최고의 미국 대통령으로 꼽히는 에이브러햄 링컨이 섰던 게티즈버그에 섰다. 트럼프는 그러나 링컨이 통합을 역설했던 장소를 분노와 분열의 메시지로 가득 채웠다. 게티즈버그는 남북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로 수만명의 전사자가 발생하자 공화당 출신의 링컨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명연설을 남긴 곳이다.
트럼프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 유세에서 대선에 패하면 승복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이유인 ‘선거조작’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미국 사회 시스템 전반이 조작됐다”면서 “그렇게 많은 법을 어긴 힐러리 클린턴이 왜 이 선거에 나오게 됐느냐”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어 자신의 대선 가도에 결정타를 날린 음담패설 녹음파일 폭로 이후 다수 여성들이 과거 성추행을 당했다고 잇따라 고백한 데 대해 “의혹들은 완전한 조작이고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다”며 “모든 거짓말쟁이는 선거가 끝나면 소송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여론의 주목을 끌기 위해 취임 후 100일 플랜도 공개했지만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를 비롯해 불법 체류자 즉각 추방, 무슬림 이민 금지 등 기존 공약의 재탕에 그쳤다. 그는 취임 첫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철수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말도 반복했다. 아울러 장거리 송유관 건설 등 미국의 모든 에너지개발사업을 재개하는 한편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자금지원은 모두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 등 언론들은 클린턴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93% 이상으로 집계하며 전체 선거인단(538명)의 과반인 ‘매직넘버(270명)’를 클린턴이 가볍게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숨은 표’를 강조해온 래리 사바토 버지니아대 교수도 “클린턴이 350여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무난히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