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경찰, 백남기 부검 강제집행 중단

유족·시민단체 반대에 철수
與는 영장집행 압박수위 높여

23일 고(故) 백남기씨 시신 부검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홍완선(오른쪽)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영장 집행을 막아선 백남기투쟁본부 관계자들과 굳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권욱기자
경찰이 고(故) 백남기 농민의 시신 부검영장 집행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부검영장 집행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시민단체와 유족들은 강력하게 반발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이날 오전 백씨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부검영장 강제집행에 나섰다. 하지만 백남기투쟁본부은 “부검은 시신갈취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투쟁본부 관계자들은 몸에 쇠사슬을 이어 묶고 영안실 길목에 장애물을 설치하는 등 경찰 진입을 막아섰다. 긴박한 대치 상태가 이어지자 홍 서장은 이날 오후 “부검에 대한 유족들의 반대의사를 존중해 영장을 집행하지 않고 철수한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부검영장 집행 시한(25일)이 사실상 하루밖에 남지 않았는데 경찰이 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한다고 비판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영장 집행 하나 하지 못하면 경찰청장은 물러나야 한다”며 부검영장 집행을 압박했다.

경찰이 강제집행 명분을 쌓기 위해 꼼수를 두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백씨 큰 딸인 백도라지씨는 “경찰이 자꾸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경찰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도 못하고 있는데 누가 만나고 싶겠냐”며 “협의라는 명분을 쌓아 부검영장 강제집행에 나서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정현찬 백남기투쟁본부 공동대표는 “대책위는 앞으로도 시민들과 함께 백남기 농민을 지키겠다”며 백씨 부검을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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