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가 발표한 ‘최근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기업의 해외직접투자액(ODI, 금융 제외)은 역대 최대인 1,181억달러(약 134조원)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53.3% 늘어난 금액이며 지난해 전체 해외투자액인 1,180억달러를 8개월 만에 넘어섰다. 중국 정부가 해외진출정책을 전면적으로 시행한 2006년의 176억3,000만달러와 비교하면 10년 사이에 10배가량 증가했다. 아울러 올해 8월까지 외국기업의 대(對)중국 투자액(FDI)은 859억달러에 그쳐 처음으로 중국 기업의 ODI를 밑돌았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앞으로 5년간 1조달러를 해외에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중국이 해외투자액 연 2,000만달러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세계를 사는 중국’이라는 표현이 더욱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는 양과 질 모든 면에서 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최고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M&A)을 진행할 정도로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면서 동시에 질적으로는 미래 첨단 분야를 겨냥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중국 기업이 진행한 주요 투자 10건의 경우 평균 투자액이 21억6,000만달러에 달한다. 투자액 가운데 M&A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M&A는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 기업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2·4분기 M&A를 살펴보면 북미와 유럽 지역이 각각 전체의 71.2%와 20.0%를 차지한다.
스포츠 등 투자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2014년 이후 중국 기업은 해외 14개 축구 구단에 투자했으며 이 가운데 AC밀란 등 12개에서는 중국 기업이 최대 주주다.
무역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 기업이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차이나머니’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우 중국 자본의 투자를 위협으로 인식하는 시각도 있으나 오히려 이를 중국 내수시장과 글로벌 시장 진출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새만금 등 한중산업단지 활성화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투자·서비스 분야 협상을 통해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용민 베이징지부장은 “최근 중국 기업은 기존 자원 확보형 투자와 달리 해외투자를 통해 선진 기술과 시장을 동시에 품으려 한다”며 “전통 제조업은 물론 첨단 산업·서비스 분야에서 자본 협력을 강화해 제3국 시장 진출 때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