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전 세계를 엄습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뉴노멀’ 상태가 이어지고 우리 경제도 최근 5년 동안 평균 성장률이 3%에 못 미친다. 어느새 3%대 성장이 지상 목표가 돼버렸다. 이마저 올해는 포기하고 2.8% 성장을 사수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각종 부양책을 퍼부었지만 쉽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실질성장률이 3%대 이하로 내려가면서 잠재성장률 1%대 추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10년 뒤인 2026~2030년에 1.8%, 15년 뒤인 2031~2035년에는 1.4%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더구나 지금 우리 경제는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 인구·투자·수출·내수 등 4대 절벽이라는 초미의 상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선 수출은 대외 교역량 감소와 함께 올해는 연간 마이너스 성장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과거 수출은 한국 경제를 이끈 주력이었지만 지금은 경제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 수출 중심의 외바퀴 성장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정부는 내수를 키워 수출 감소분을 보완한다는 생각이지만 이도 마땅치 않다. 1,3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불안한 미래에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평균소비성향(2016년 6월 기준 70.9%)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 여력 감소→내수 부진→저성장의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과거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요인이 퍼펙트스톰처럼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다”며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대응하기가 버겁다. 경제정책의 혁명적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4대 절벽 가운데 인구절벽이 가장 큰 문제다. 대외 요인인 수출을 제외하면 투자나 내수는 경기 사이클을 타면서 오르내리기 때문에 인위적인 단기 경기부양을 통해 그나마 일부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인구 문제는 다르다. 단기 대응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시간이 많아도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부터 줄어드는 생산가능인구에 주목하고 있다. 생산과 소비에 영향을 미치며 잠재성장률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인구 추계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72.9%에서 2020년 71.1%, 2030년 63.1%, 2040년 56.5%까지 급락한다.
잠재성장률이 1%대로 하락하는 순간이 눈앞에 와 있는데도 경제팀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KDI는 구조개혁만 잘해도 앞으로 10년 동안 잠재성장률이 1.25%포인트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치 리더십 실종과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속에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구조개혁은 사실상 멈췄다.
전문가들은 구조개혁을 완수하려면 정치권력과 구조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우리 정치는 진입 장벽이 높아 새로운 세력이 들어오기 힘든 구조라 수십 년 동안 기존 정치 세력의 뿌리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선진국처럼 시민들이 포퓰리즘을 외면하면 정치가 바뀔 수 있다. 성숙된 시민의식으로 조금씩 정치를 바꿔나가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정곤·임세원기자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