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3.0의 설계자인 허진성(사진) 유현준건축사사무소장은 설계와 감리, 건축 등의 과정이 즐겁고 행복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건축주와 시공자, 그리고 설계자가 끊임없이 대화하고 협의하고 의사소통을 하면서 애정을 갖고 집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는 “소통없이 건축가의 의지대로나 건축주의 요구대로만 집을 짓게 되면 그 건물은 오래갈 수없고 결국 처음과 다르게 변형된다”며 “서로 협의를 하고 대화를 하면서 지은 집은 결국 건축주가 함께 만든 집이어서 애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물주가 허 소장에게 제안한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옥상이다. 건축주는 허 소장에게 옥상에 벽돌길을 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안했고 허 소장이 이를 받아들여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게 됐다. 허 소장은 “건축주의 제안에 대해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며 “건축가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더 좋은 집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옥 3.0을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집을 짓겠다는 의도로 설계했다. 다양한 디자인과 화려함으로 덧칠한 집이 아니라 소박하고 단정하고 정돈된 건물, 특히 단독주택은 화려한 외관보다는 사람이 움직이면서 오밀조밀한 공간 속에서 숨어있는 다양한 장면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5~6년간 우리는 호기심으로 테크닉적으로 뛰어나고 화려한 디자인의 건물을 피로할 정도로 경험했다”며 “자극적으로 맛있는 음식만 먹다보면 결국 담백한 쌀밥이 제일이라는 것을 알게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프라이버스가 중요한 단독주택이기는 하지만 정면에 비해 측면의 질감이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사생활을 보호하는 한도에서 측면에 창을 조금 더 내어 측면 매스의 스케일이 조금은 작게 할 수 있었다는 것.
허 소장은 “단독주택은 개인의 사생활을 우선해야 하고 필요할 때 개방할 수 있는 영역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이웃집과의 관계 설정 부분이 필요하긴 했지만 예상보다 측면의 스케일이 조금 커서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