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 내 TV 앞에 모인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중 개헌 관련 발언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론에 시민사회 단체와 학계, 그리고 일반 시민들은 각각 서로 다른 태도를 보여 앞으로 개헌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단체들은 대체로 개헌 제안을 반기지만 진보단체는 현 정부의 국면전환용이라고 비판했다. 또 학자들은 찬성론을 펼치면서도 민생을 외면한 채 개헌이 정치적 블랙홀이 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개헌 자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정치권을 향한 불신을 거두지 않았다.
24일 보수진영의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진보진영의 참여연대 등은 각각 성명을 내고 ‘적절하다’는 평가와 ‘레임덕을 타개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취지나 시기 역시 적절하다”며 “개헌 내용이 특정 정치세력의 입장만 반영되지 않게 정부와 입법기관·일반시민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방향과 내용을 논의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중앙회장도 “새 헌법이 30년 전 제정된 현 헌법을 대신해 제7공화국을 여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진보진영은 반응이 싸늘하다.
박근형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졸속으로 발표돼 개헌의 이유와 내용이 없다”며 “레임덕에 빠진 현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만 든다”고 평가절하했다. 김삼수 경실련 정치사법팀장도 “최순실과 우병우 의혹이 일고 있는 와중에 개헌은 국면 전환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국민들이 주도세력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기된 개헌 제안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학계는 찬성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대형 이슈 등장에 따른 민생 정치 실종을 가장 걱정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금은 민주화가 완성돼 독재가 불가능한 시대라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헌이 필요하다”면서도 “개헌이 현재 논란이 되는 사안들을 무마시키는 ‘정치적 블랙홀’이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황 성균관대 교수도 원칙적으로는 개헌에 찬성하면서도 “헌법 개정이 성공하려면 협력정치가 전제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일반 시민들은 마뜩잖은 분위기다. 주택난과 취업난 등 먹고사는 문제가 산적해 있는 지금 굳이 개헌에 불을 지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심지어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직장인 이호준(47·가명)씨는 “개헌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다소 뜬금없고 어이가 없다”고 힐난했다. 대학원생 윤형준(29·가명)씨도 “개헌을 어떻게 한다는 건지 내용이 없다”며 “그래도 개헌을 이야기하려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 정도는 제시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양사록·박우인·이두형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