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학회 "독립회계감독기구 신설해야"...'한국판 PCAOB' 나오나

'회계제도 개선안 보고서'에 포함
27일 공청회...연내 TF서 논의
6+3 지정감사 방안등도 담길 듯
금융당국은 "이른감 있다" 소극적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회계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는 한국회계학회가 독립된 회계감독기구의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지만 연내 대우조선해양 회계감리를 통해 분식회계 규모와 세부 정황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검토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국회계학회는 다음달 금융위원회에 제출할 회계제도 개선안 보고서에 회계감독기구 설치와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기로 했다. 한국회계학회는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코스닥협회의 의뢰로 지난 8월부터 회계제도 개선안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27일 공청회를 연다. 금융위는 한국회계학회의 연구 결과와 태스크포스(TF)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연내 회계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회계학회가 대표 사례로 꼽은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최대 에너지 기업 ‘엔론’의 대규모 분식회계 사태 이후 2002년 회계개혁법(사베인스-옥슬리법) 제정을 통해 회계부정을 막기 위한 독립 민간기구인 상장사회계감독위원회(PCAOB)를 설치했다.

미국 상장사의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1~3년마다 1회 이상 PCAOB의 감리를 받는다. 상장사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회계감리 실무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원이 상장사 1곳을 25년에 한 번씩 감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당국은 회계감독기구의 신설과 관련해서는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독립된 회계감독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의 의견 제기에 “논의하기에 이른 감이 있다”고 밝혔다.

회계감독기구를 새로 설치하려면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비롯해 금감원의 실무 부서 등을 떼어내야 하는데 이는 현행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일이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조직개편과 연계된 사안이어서 내년 대선 때 공약 차원에서 논의돼야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회계학회는 기업이 6년 동안 자유롭게 외부감사인을 선임하고 이후 3년 동안은 의무적으로 금융당국에서 지정한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보고서에 넣을 계획이다. 기업이 주기적으로 정해진 회계법인과 외부감사 계약을 체결하고 감사보고서를 받아야 해 ‘갑질’을 하기 어려워지는 구조다.

기업이 회계법인에 주는 감사보수를 마구잡이로 후려칠 수 없도록 최저한도를 정하는 방안도 보고서에서 언급된다. 한국회계학회와 공인회계사회는 외부감사 업무가 공공재 성격으로 인정을 받으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지 않고 감사보수의 최저한도를 정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정한 검증 절차를 거쳐 금융당국에 등록을 마친 회계법인만 상장사의 외부감사를 맡을 수 있도록 한 감사인 등록제 도입안 역시 회계제도 개선 TF에서 활발하게 논의됐다. 감사인 등록제는 미국과 영국·일본 등이 도입했다. 회계제도 개선 TF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상장사는 제대로 된 회계법인이 감사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여러 관계 기관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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