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확장하는 도시 공간 제안’은 서울 마포세무서 청사를 작업 공간으로 설정해 독거노인,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등 경제적 수준이 높지 않은 시민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소통과 만남’을 위한 장소로 변모시킨 작품이다.
건축은 공간의 의미를 묻는 작업이다. 기존 공간이 어떻게 조정됐을 때 그 속의 사람들이 어떤 관계를 맺으며 소통해 나가는지 질문하는 작업을 건축이라 할 수 있다.‘2016년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건축물 부문 대상을 받은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확장하는 도시 공간 제안’ 작품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건축물은 우리 주변 평범한 이웃들을 끌어안고 이들 사이에 관계를 맺으며 생성하는 이야기를 채워 갈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경희대 건축학과 동기생 3명으로 뭉쳐진 수상팀 중 작품 설계를 담당한 이건엽(27,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씨는 “예전 졸업 작품을 설계하던 과정에서는 공간이라는 장소 그 자체에 초점을 뒀었지만 작업을 진행하며 큰 걸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 “공간 속에 존재하는 사람 그리고 그들의 관계를 맺어주는 공간이 중요한 본질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팀은 서울시 마포구 지하철 6호선 대흥역 인근에 위치한 구 마포세무서 청사를 작업의 공간으로 설정했다. 현재 마포세무서는 염리동 마포 KT빌딩으로 이전해 임시청사를 사용하는데, 구청사의 건물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대흥역 인근에 있는 대학생, 사회 초년생, 노년층 등 다양한 연령, 계층의 시민들에게 이 공간을 열어주자고 이들은 제안한다.
설계 작업에 함께 참여한 권오균(26, 경희대 건축학과 5학년)씨는 “이곳은 경제적인 수준이 높지 않고 독거노인,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이라면서 “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에서 작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새벽(28, 경희대 건축학과 5학년)씨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지역 주민과 공무원들을 만났다”며 “수차례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주민들은 소통과 만남을 원하지만 그에 걸맞은 공간이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했다. 이어 “시민을 위한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래서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작업은 예전 청사의 담장을 허무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외부를 둘러싼 담장을 단절의 상징으로 봤기 때문이다. 또 빌딩 속에 있던 다양한 공간은 해체했다. 대신 이 공간들을 외부로 분산 배치한 뒤 여러 기능을 접목했다. 업무, 사교, 노래 교실 등 지역 주민이 원했던 9개 기능을 이 공간 속에서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9가지의 기능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용하는 이들이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시민의 몫이다. 결국 아무것도 규정할 수 없는 공간, 관계에 의해 정의되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이 씨는 “시민들의 활동은 계속 달라지고 거기에 맞춘 가변적인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에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물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도 있다”며 “대신 공간 그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그 속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민을 향해 열린 공간이 대한민국 곳곳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이들은 나타냈다. 그래서 작품의 제목도 ‘확장하는 도시 공간’이라 붙였다. 이 씨는 “현대 사회는 전반적으로 내가 제일 중요한 것이 되어 버렸다”며 “그런 시스템에서 탈피하고 이웃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면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곱씹었다. /특별취재팀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