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인천시 행정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송도지식정보산업단지가 위치한 송도국제도시 전경. /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시 행정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송도 지식정보산업단지 내 R&D(연구·개발) 용지 일부를 공장 용도로 허용하라는 인천시 행정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수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 경영활동 혼선은 물론 인천시 행정신뢰도 하락 등 피해가 확산될 전망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달 인천시 규제개혁위가 개선 권고한 ‘송도지식정보산업단지 R&D부지 입주기업 공장등록 제한 완화(안)’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시 규제개혁위는 지난달 21일 송도 R&D 용지 일부를 공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금속검출기 제조·연구기업 나우시스템즈의 요구를 수용하고 개선 권고를 했다.
나우시스템즈는 “연구시설과 제조시설을 분리 운영하면서 생산 효율성이 저하되고 생산비용은 증가했다”며 “현대 기업 운영 방식은 다품종 소량 생산의 패러다임으로 가고 있어 연구개발과 그에 따른 생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하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형평성 원칙 위배’ 등을 이유로 시 규제개혁위의 개선 권고를 거부했다.
과거 이번 개선 권고 내용과 유사한 업체의 용도변경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개선 권고를 수용할 경우 이를 근거로 여러 입주기업이 무분별한 용도변경을 요구하고 이와 관련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또 인천시 권고대로 용도변경을 할 경우 기업에 막대한 특혜가 주어지는데 이를 환수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덧붙였다.
관련 조례는 시 규제개혁위의 개선 권고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인천경제청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개선 권고 불수용 결정으로 인천시 규제개혁위의 결정은 한 달 만에 뒤집히게 됐다. 인천시는 이번 개선 권고 불수용과 관련해 “1999년 규제개혁위가 설립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로 소유 용지 내 공장 증설·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경영활동을 하던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해 졌다.
시 규제개혁위 개선 권고 적용 대상은 모두 4개 기업이다. 인천시의 결정이 한 달 만에 뒤집히면서 시의 대(對)기업 신뢰도도 하락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규제개혁위의 개선 권고를 불수용할 경우 절차에 대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관련 민원인(기업)이 행정심판·행정소송 등을 통해 구제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 규제개혁위의 의사결정이 관계기관 등의 의견을 종합해 신중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이를 관계기관이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천 기업이 겪는 각종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규제개혁위가 오히려 기업에 피해를 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 규제개혁위는 전체 위원 17명(인천시 공무원 7명·외부위원 10명) 가운데 과반수가 출석하면 회의를 열 수 있고 출석위원 과반수가 동의할 경우 개선 권고 등을 의결할 수 있다. /인천=장현일기자 hich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