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따라 왔다 갔다 하다 망가진 산업은행

정부가 산업은행을 기타공공기관에서 공기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할 모양이다.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부실사태의 책임이 도마 위에 오르자 정부가 산은을 공기업으로 지정해 감독기능을 금융감독위원회에서 기획재정부로 옮기는 구상을 짜고 있다. 이 방안은 내년 초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결정 난다고 한다. 산하기업을 관리하기는커녕 부실만 키운 산은을 손보려는 정부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산업은행의 근본적인 체질변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감독기관이 바뀐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지 의문이다. 현재 불거진 산은의 비효율은 기재부가 엄격하게 관리한다고 해서 개선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얘기다. 산은이 망가진 이유를 정부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산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실험 대상이자 낙하산의 놀이터였다. 이명박 정부는 민영화의 큰 틀 속에 정책금융 부문을 떼어내 정책금융공사를 만들고 산은지주-산은 체제로 재편했다.

2012년에는 기업공개를 통한 민영화 방침에 따라 기타공공기관에서 산은을 해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책금융공사가 분리된 지 5년여 만에 다시 산은과 통합된 것이다. 분리·재통합 과정에 들어간 혈세만도 2,1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2014년에는 2년 만에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되는 등 정권 따라 산은 개혁은 로드맵 없이 춤만 췄다. 그 사이 정권의 줄을 타고 내려온 낙하산들의 무책임 경영이 계속됐다.

이러니 대우조선 등 산하기업의 방만경영이 판을 치지 않겠는가. 청사진 없는 공기업 지정은 산은 개혁의 해법이 될 수 없다. 지금같이 정부의 지시만 고분고분 따르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그 결과는 좀비기업 처리 국책은행의 동반 부실화가 될 게 뻔하다. 답은 주인을 찾아주는 데 있다. 민영화를 포함한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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