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삼성·현대·동부·KB 등 소위 손보업계 빅4로 불리는 대형사들의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79.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7월 기준 4사의 점유율인 77.6%보다 2.4%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상품 및 가격 자율화를 통해 시장 재편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던 로드맵 발표 당시 금융당국의 기대와는 오히려 반대되는 현상이다.
업체별로는 1위 보험사인 삼성화재의 점유율이 1년 새 27.8%에서 29.8%로 2%포인트 상승했다. 2위사인 현대해상의 점유율은 20.5%에서 18.9%로 1.6%포인트 낮아지긴 했지만 원수보험료는 319억원이 늘었다. 또 동부화재는 17.1%에서 17.9%로 0.8%포인트, KB손보는 12.2%에서 12.4%로 0.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중소형사들은 한화손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점유율이 하락했으며 MG손보와 흥국화재·메리츠화재·AXA손보는 시장점유율은 물론 원수보험료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보험산업 자율화 이후 대형사의 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빅4 편중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 들어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자동차보험료 할인상품인 자녀 할인 특약, 대중교통 할인 특약, 운전습관연계 할인 특약 등은 상품개발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사가 선제적으로 내놓기 힘든 상품이기 때문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동부화재의 UBI차보험, KB 대중교통할인특약, 현대해상 어린이차보험 등은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한 예로 현대해상의 경우 어린이차보험 판매호조에 힘입어 8월 말 기준 자보 시장점유율이 19%까지 확대되면서 지난 1·4분기 잃었던 시장점유율을 대부분 만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 자동차보험 시장 본격화를 계기로 대형사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뽑아든 ‘빅모델’ 전략도 대형사들의 시장 독식 현상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 들어 동부화재는 아이돌 가수 설현, 현대해상은 충무로의 간판 배우인 손예진, KB손보는 피겨스케이팅 전 국가대표 김연아를 각각 간판 모델로 내세워 광고 전쟁에 불을 댕긴 바 있다.
이에 대해 중소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중소형사들이 대형사들의 광고 마케팅 비용을 따라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가뜩이나 브랜드 인지도에서 차이가 났는데 대형사들이 새로 기용한 유명 모델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젊은 층에서 회자 되면서 인지도 격차가 더 커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대형사들의 고객 유치 전략을 보면 점유율 확대는 물론 동시에 우량고객 유치에도 집중하고 있다”며 “상위사와 하위사 간 점유율은 물론 손해율 격차도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