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2명 중 한 명, ‘(자신을 )사축…돈버는 기계’로 생각해…
지난 8월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직장인 1,152명을 대상으로 취미에 대한 직장인 인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7.8%가 즐겨 하는 취미생활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취미가 없는 직장인들의 경우 ‘금전적인 여유가 없고(30.7%), 먹고 살기 바쁘며(27.2%), 피곤해서(20.8%)’라는 이유로 취미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꼽았다.
취미 여부가 일상의 만족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취미는 뭘까. 직장인 84.5%는 당장 돈을 벌 수 있거나 향후 이직, 창업 등 수입으로 연결되는 소위 ‘돈 버는 취미’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저녁이 있는 삶…’ 김영란법 때문?
지난 9월 28일부터 시행된 김영란법, 딱 한 달이 지난 지금 취미 생활을 즐기거나 자기계발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등 직장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밤’ 문화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직장인들에겐 ‘암묵적인 회식날’로 정해져 있었던 목요일 저녁약속이 가장 먼저 사라졌고, 업체 미팅과 저녁 식사 약속도 잇따라 줄어 들었다. 김영란법 적용대상자인 공무원 최 모(33)씨는 퇴근 후 곧장 미술 학원들이 밀집한 홍대로 향한다. 공직 특성상 일주일에 3번 이상이던 저녁 술자리가 김영란법 시행 뒤 모두 취소됐기 때문이다. 그간 잦은 회식 때문에 취미생활을 즐길 생각 조차 못했던 그는 김영란법이 시행되자마자 대학 시절 배우고 싶었던 동양화를 배워보기로 했다. 대기업 홍보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혜정(30)씨도 최근 스윙댄스 동호회에 가입했다. 그는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난 후, 빽빽하게 달력에 채워졌던 저녁 약속이 사라지니 왠지 모를 허한 기분이 들었다”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즐겁게 살을 빼고 싶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특히 한 포장 물류 회사의 기술 영업팀에서 근무하는 장규일 씨는 “업무 특성상 지방 출장이 잦고 거래처 사람들과 회식이 많아 디제잉 모임이 있는 날이면 갑작스럽게 참석 못 하는 날도 종종 있었다”며 “최근 김영란법 시행 뒤엔 디제잉 커뮤니티에 가입하는 직장인들이 확실히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엔 엄두도 못 냈던 중국어 회화, 그래픽 수업 등록은 물론이거니와 퇴근 후 독서 클럽부터 건프라 모임, 스포츠 댄스 그리고 미술학원까지 다방면으로 주경야독(晝耕夜讀)하는 직장인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새롭게 확산되는 新풍속도다.
▲직장인들이 살 맛 나는 사회? 1인 1취미가 보편화된 분위기가 정착되어야…
갓 입학한 대학 새내기들이 동아리에 입성한 것 마냥 신나는 음악 비트에 맞춰 다 같이 방방 뛰기도 하고 아는 노래 구절이 흘러나오면 다 함께 떼창을 부르기도 하며 직장인들의 릴레이 디제잉은 약 3시간 동안 이어졌다. 모임이 끝나면 으레하는 고깃집 뒤풀이를 할 필요가 없었다. 부엌과 냉장고가 마련돼 있었기 때문에 대학생 MT에 온 듯 자유롭게 요리도 하고 시켜먹기도 하고 모든 것이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다 이뤄지는 놀이터 공간이었다. 온갖 영혼과 열정을 탈탈 털어 불태운 직장인들의 일탈 시간은 자정을 1시간 앞둔 채 마무리 됐다. 밤12시면 마법이 풀리는 신데렐라처럼 DJ Zunk는 다시 박 프로그래머로, DJ RG100은 백과장으로, DJ point01은 영업사원의 신분으로 돌아왔다. “어휴 밤공기 한 번 시원하다” 집에 복귀하면 고작 4~5시간 가량 밖에 못 쉬고 다시 회사로 출근해야겠지만 땀과 함께 온갖 스트레스를 배출하고 나니 심신이 개운해졌다. 오늘도 내일도 하루 종일 보고서와 상사와 회의 등과 씨름하는 대한민국 직장인들. 구깃해진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내리고 벗어둔 자켓을 탁탁 털어 다시 입고선 집으로 향했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