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와 내수시장 위축 등으로 심화하고 있는 경영위기를 타개해 나가기 위한 선제적 조치 중 하나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25일 한 매체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계열사 임원들이 임금 10%를 자발적으로 삭감하는 의사결정 절차를 밟고 있다”며 “이번 달부터 바로 시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임원들이 급여 삭감에 나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월 이후 7년여만의 일. 이번에 임금 삭감에 참여하는 임원 수는 1천여명에 달한다.
임원들의 임금 삭감은 1단계로 이달부터 내년 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도 사업 전망을 해보니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나타났다”며 “임원들부터 솔선수범해서 위기경영에 돌입하려는 것”이라 전했다.
수직계열화된 현대차그룹의 위기는 주력인 자동차 부문에서 비롯됐다. 올해 1∼9월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1.8% 줄어든 562만1천910대에 해당했다. 이같은 마이너스 성장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18년만의 일.
러시아와 브라질을 비롯한 신흥시장 등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3조원대 생산차질이 빚어지고 내수시장마저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외형적인 판매량 감소뿐 아니라 수익성 악화도 현대차그룹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에서 2012년 10.0%, 2013년 9.5%, 2014년 8.5%, 2015년 6.9%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 6.6%를 보였다. 5년 연속 하락한 수치다. 이런 사정은 기아차도 마찬가지로 알려졌다. 기아차의 영업이익률도 2011년 8.1%에서 올해 5.2%로 떨어졌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오는 26일과 27일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사의 실적은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가장 저조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위기의 심각성은 당장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며 “모든 임직원이 경각심을 가지고 구조적인 위기에 대응해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 취지에서 임원부터 임금을 자진 삭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