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대통령 기록물



대통령은 당선에서부터 퇴임까지의 모든 행적이 기록된다. 국가를 이끄는 자리의 중요성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모든 과정 및 결과가 생산·관리·보관”되도록 법(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생산된 모든 기록물은 대통령 기록물이며 이 중 하나라도 유출하거나 국외 반출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엄벌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접근하거나 열람했던 사람도 비밀 보호기간(30년) 중 누설을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청와대의 보안 규정은 어느 조직보다 엄격하다. 청와대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보안 검색을 받는데 이 중 가장 많이 걸리는 물품이 휴대폰과 이동식저장장치(USB)다. 단순 방문한 사람의 금지물품은 압류, 보관됐다가 나올 때 돌려받는다. 그러나 근무하는 직원이라면 모르고 허가받지 않은 디지털기기를 들고 갔더라도 경위서를 써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의 업무용 컴퓨터는 인트라넷을 활용하게 돼 있어 사실상 청와대 경내에서는 개인 e메일 사용은 불가능하다.

대통령 기록물은 양도 엄청나다. 대통령기록물법 제정 이전인 김대중 대통령 때에는 77만여건이었지만 노무현 대통령 때에는 750만건, 전임 이명박 대통령은 1,088만여건에 달했다. 지난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남북정상회담 등과 관련한 대통령 기록물을 가지고 나가는 바람에 기록물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나중에 다시금 반납하는 소동도 있었다.

JTBC가 24일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의 사무실에서 대통령 연설문을 포함해 200여개 파일을 발견했다고 보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이 해당 태블릿 PC를 입수해 조사 중이며 청와대도 경위를 파악 중이다. 해당 파일의 열람 시기 등에 대해서는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도 있다. 그러나 이중 하나라도 사실로 밝혀지면 박근혜 정부로서는 도덕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을 게 자명해 보인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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