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377조9,524억원(계절조정계열 기준)으로 전 분기보다 0.7% 증가했다. 이는 2·4분기 성장률인 0.8%보다 0.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GDP 성장률은 지난해 4·4분기 0.7%를 기록한 이래 4분기째 0%대에 머물렀다.
성장률을 갉아먹은 부문은 제조업과 수출이었다. 3·4분기 제조업은 전기 대비 1.0% 마이너스 성장했다. 이는 2009년 1·4분기(-2.5%) 이후 7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갤노트7 생산 중단과 자동차업계 파업의 영향이 컸다. 한은은 삼성전자가 갤노트7 생산 중단으로 인한 손실을 3·4분기에 모두 반영했음에도 성장세가 크게 꺾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돌발 사태에도 불구하고 0.7% 성장한 것은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은 전기 대비 0.8% 성장했지만 수입(2.4%)이 더 큰 폭으로 늘면서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는 -0.6%포인트를 나타냈다. 수출이 제 역할을 해줬다면 1%를 넘는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셈이다.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3·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도 0.5%로 전 분기(1.0%) 대비 반토막 났다.
정부소비도 추가경정예산안 집행과 건강보험급여비 증가 등으로 전 분기 대비 1.4% 늘었다. 상반기 조기 집행으로 2·4분기 0%포인트로 떨어졌던 성장기여도도 0.2%포인트로 올라섰다.
문제는 4·4분기다. 건설투자도 꼭짓점에 올라서 있는 만큼 성장세를 이끄는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갤노트7 생산 중단으로 인한 효과도 본격화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이 민간소비를 내림세로 돌리지는 않겠지만 성장세가 낮아질 가능성은 크다. 4·4분기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파동 이후 처음으로 0%대 초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한은은 4·4분기 우리 경제가 ‘제로(0)’ 성장을 하더라도 올해 전망치인 2.7% 성장률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0.3%가량의 성장률이 나오면 정부 목표치인 2.8% 달성도 가능하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