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행 유커 20% 줄여라"] '메르스 악몽' 재연되나...면세·뷰티업계 전전긍긍

유커 매출 의존도 50% 넘는 중저가 브랜드는 생존까지 위협
"외국인관광객 국적 다양화 등 질적 업그레이드 기회" 지적도

2616A04 국내 면세점 매출 현황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축소 정책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국인 관광객(유커) 의존도가 큰 면세 업계와 뷰티 업계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월 매출이 20% 이상 떨어지는 악몽을 경험했던 이들은 중국 정부의 관광객 축소 정책 시행으로 장기적인 매출 침체가 일어날까 우려하고 있다.

25일 면세점 업계와 뷰티 업계는 중국의 관광 축소 정책 소식에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과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단체 여행객이 1~3개월 전에 예약을 하고 오는 만큼 당장 큰 영향은 없겠지만 정책이 일단 시행되면 중국인 관광객이 60~70%에 이르는 면세 업계와 면세점 매출이 쏠쏠한 뷰티 업계는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실제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국내 면세 업계는 관련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 매출이 0.63% 감소하는 굴욕을 겪었다. 한 면세 업체 관계자는 “고객 국적 다양화를 위한 노력은 꾸준히 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인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정책이 본격 시행된다면 피해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면세 업체들은 오는 12월 4개의 서울 시내 추가 특허를 앞둔 가운데 유커 관광 축소 정책이 나오자 이가 미칠 파장을 더욱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이런 악재 속에서 하반기에 시내 면세점이 추가로 지정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국내 화장품사업 매출 중 면세점 매출이 20~30%에 달하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이번 중국 정부 조치에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LG생건의 경우 지난 2년간 매 분기 면세점 성장률이 70~80%에 달할 정도로 면세 매출이 성장을 견인해왔다. 평균 30%에서 많게는 50%가량의 매출을 유커에 의존하고 있는 로드숍 브랜드도 우려가 크긴 마찬가지다. 중저가 로드숍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의존도가 높은 단체 유커 매출이 줄어들 경우 생존을 위협받는 군소 브랜드들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최근 2년간 개별 관광객 비중이 50% 이상으로 확대되며 단체 관광객을 추월한 점 등을 들어 파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단순 계산해보면 이번 조치로 줄어드는 유커 규모는 단체 관광객 중심의 약 8%”라며 “저가 단체 관광객이 줄어들 경우 수익성은 되레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도 “국내 면세 사업에 일부 위축이 있다 하더라도 중국 현지 사업과 글로벌 면세의 확장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를 계기로 개별 관광객 확대와 동남아·중동·유럽 등지로의 외국인 국적 다변화 등 국내 관광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당장의 매출 감소보다 이번 기회로 관광 유관 업계가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노석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상근부회장도 “한국에 매력을 느끼는 중국인들이 꾸준히 있다면 정책으로 언제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디딤돌 삼아 저가 관광을 배척하고 한국 관광업계가 한 단계 도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선·신희철기자 sepy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