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가운데) 회장이 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룹 사장단과 함께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권욱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5일 발표한 롯데 쇄신안을 통해 기존과 완전히 다른 ‘뉴 롯데’를 출범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침 내년은 한국 롯데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롯데제과(1967년 설립)가 창립 50주년을 맞는 해다. 롯데가 창립 반세기 만에 회사의 DNA까지 바꾸는 대혁신에 돌입한 셈이다.
신 회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에서 “50년 전 롯데의 창업이념인 ‘기업보국(企業補國)’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기존에 마련한 ‘비전2020’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해 아시아 톱10 그룹으로 발돋움한다는 전략 아래 계열사 경영을 진두지휘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고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는 게 롯데의 판단이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산업 생태계 내 갈등을 초래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단순한 외형 성장이 아닌 생태계 안에서 동반 성장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롯데의 새로운 목표”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이 ‘행복경영’을 기업 슬로건으로 내세운 것처럼 롯데 역시 ‘가치경영’과 같은 새로운 경영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질적 성장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신 회장 직속 기구인 ‘준법경영위원회’도 신설하기로 했다. 롯데를 사회 요구에 부합하는 도덕 기업으로 재탄생시킨다는 게 위원회의 목표다.
여기에 더해 신 회장이 지난 2004년 신설해 초대 본부장을 맡았던 정책본부도 기능과 규모가 축소된다.
◇투자·고용 ‘통 큰’ 확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도 대폭 확대된다.
무엇보다 투자와 고용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연간 6조~7조원가량 집행하고 있는 투자 규모를 5년간 40조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1조~2조원가량 투자 볼륨을 늘리는 셈이다. 이종현 롯데 정책본부 상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수합병(M&A)과 설비투자,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청년 고용도 매년 10%씩 늘려 향후 5년간 7만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신입 공채 중 여성 비중도 40%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비정규직 근로자 1만명을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등 유통계열사에서 5,000명이 이 기간에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식품계열사와 금융 등 기타 계열사에서 각각 3,000명, 2,000명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게 된다.
신 회장 역시 호텔롯데 기업공개(IPO)가 롯데 ‘대변신’의 핵심 열쇠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신 회장은 지난해 8월에 있었던 첫 번째 대국민 사과와 올 6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롯데케미칼 공장 기공식에 이어 이날 두 번째 대국민 사과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공개 석상에서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조기 상장 가능성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호텔롯데 대표이사인 신 회장이 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대표이사가 횡령 등 회계상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기업공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규제조항을 두고 있다. 롯데 측은 호텔롯데 상장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유인이 크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들어 금융당국을 설득할 방침이다.
한편 롯데는 호텔롯데 외에도 롯데정보통신·코리아세븐·롯데리아 등 우량 계열사들을 차례로 상장해 기업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이날 밝혔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