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는 지난 2014년 고등학교 3학년 당시 국가대표 승마선수로 활동하면서 고작 28일만 정상 출석했다. 그나마도 대부분 오전 등교 직후 조퇴했다. 나머지 140일은 각종 대회 출전과 훈련을 이유로 학교에 가지 않았다. 당시 교장은 승마협회 공문 등을 근거로 출석을 인정해줬다. 일반 학생은 전체 수업일 193일 중 3분1 이상 결석하면 졸업할 수 없다. 하지만 정씨는 졸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체육특기자라는 이유에서다.
체육특기자 제도는 1972년 엘리트 체육인 육성 차원에서 도입한 뒤 현재까지 큰 골격이 바뀌지 않고 있다. 한국 체육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는 공헌했지만 정씨 사례에서 드러났듯 학업과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체육특기자에 대한 출석 인정 혜택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교육 당국이 체육특기자의 연간 대회 출전 횟수를 제한하고 있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어서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체육 관련 단체의 차출 요청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 수업 출석보다는 선수로서의 성공, 대학 진학을 위한 대회 출전을 더 원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회 출전을 사유로 등교하지 않은 학생의 출석 인정 권한은 전적으로 교장에게 있다. 하지만 대회 출전 제한을 어겼다고 해서 교장을 처벌할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체육특기자 훈련 등에 대한 허술한 관리도 문제다. 체육특기자는 체육협회로부터 대회 출전이나 훈련을 요청받아 학교를 빠지려면 수업 보충 계획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훈련에 참여했는지, 수업 보충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관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정씨 역시 승마협회가 요청한 훈련이나 대회에 실제로 참가했는지, 자신이 제출한 수업 보충 계획이 실행됐는지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야구나 농구 같은 단체종목들은 실제 훈련 여부에 대한 확인과 수업 보충이 어느 정도 이뤄지지만 승마 같은 개인종목들은 확인할 방법이 없어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고 전했다.
체육특기자의 학력 수준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최저학력제는 강제성이 없다 보니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1년부터 체육특기자가 일정 학력(국어·영어 등 일부 과목 평균 점수의 30~50%)을 넘어서지 못하면 대회 출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최저학력 기준에 미달해도 진급이나 졸업, 대회 출전 등에 제한을 둘 수 있는 강제성이 없다. 사실상 가이드라인 역할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국가대표 중심주의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국가대표로 출전할 경우에는 아예 출석 인정 제한이 없다. 태릉선수촌 인근에 국가대표 학생 선수를 위한 교육시설이 있지만 운동 장소가 태릉선수촌이 아닌 종목들은 부족한 공부를 보충할 방법이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국가대표 체육특기자의 경우 대회 출전이나 훈련을 위해 수업에 빠지는 날이 연간 100일 안팎”이라며 “선수층이 얇은 승마·요트 등 개인종목 학생 선수들은 다른 종목에 비해 차출이 더 잦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수업을 보충할 인프라는 더 열악하다”고 말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