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부동산 대책 뭐가 담길까] 분양열기 식히기 초점...전매제한 강화, 재당첨 금지 등 나올 듯

서울 강남-서초·부산 외 규제지역 확대 될수도
일각선 "과열된 청약시장 잡기엔 늦었다" 지적



정부가 오는 11월3일 발표할 부동산 규제 대책에는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청약시장의 투기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전체 부동산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같은 강력한 대책보다 우선 최근 뜨겁게 달아오른 서울 강남과 부산 일부 지역의 분양 시장의 열기를 가라앉힐 수 있는 수준의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 같은 약한 규제 대책이 효과가 없을 경우 점점 더 규제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이유 중에 하나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분양권 거래를 통해 한 번에 수천만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주택 청약시장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 들어 주택 청약시장 청약경쟁률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10월 전국 청약경쟁률은 13.91대1을 기록해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규제 대책을 언급한 14일 이후에도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됐다. 실제 19일 1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신촌숲 아이파크’의 경우 평균 74.8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해 올해 강북권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 부산 동래구 사직동 ‘아시아드코오롱하늘채’도 평균 296.9대1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는 등 청약 시장의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이처럼 청약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내 집 마련이 급한 애꿎은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다만 향후 미국 금리 인상, 재건축 일반분양 물량 감소, 입주 물량 증가, 대출금리 인상 등 주택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변수들이 많은 만큼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같은 강력한 대책보다는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한 규제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그동안 선별적·단계적 대응을 강조해 온 바 있다.


따라서 다음달 3일 정부가 발표할 부동산 규제대책에는 전매제한 강화, 재당첨 금지, 청약통장 1순위 요건 강화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민간에서 공급하는 아파트의 경우 전매제한 기간이 수도권은 6개월, 지방은 없다.

전문가들은 전매제한 기간이 최소 2~3배 길어지거나 입주 시기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동시에 시장의 급랭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의 대책이 될 것”이라며 “일단은 서울 강남구·서초구, 부산 수영구·연제구·해운대구 등을 중심으로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고 재당첨을 금지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입주 시까지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는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강남 같은 경우 6개월에서 1년으로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고 입주 때까지 전매제한 기간을 늘려야 하며 부산 지역은 1순위 청약요건을 강화하고 지금보다 전매제한 기간을 다소 늘리는 수준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권(강남구·서초구)과 부산 일부 지역(수영구·연제구·해운대구·동래구 등)에 국한된 규제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만 규제 대상 지역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시장이 과열되지 않은 곳도 풍선효과를 고려해 규제 대상 지역에 포함될 수 있다”며 “서초구·강남구와 인접한 송파구까지 규제 대상 지역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단 강남 일부 지역뿐만 아니라 강북 지역에서 재건축 단지가 많은 곳도 대책에 포함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서울의 재건축 단지 전체가 규제에 포함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대책이 너무 늦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 팀장은 “지난 8·25 가계부채대책을 발표할 당시 과열된 청약시장을 제어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시장의 눈치를 보느라 주저한 측면이 있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정부의 대책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병기·정순구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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