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에서 야쿠르트 아줌마가 느닷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20~30대 여성들이 야쿠르트 아줌마를 찾기 위해 위치 추적 어플을 깔고, 인증샷을 찍은 뒤 인스타그램에 앞다퉈 올린다. 지난 2월에 출시한 크림치즈 ‘끼리’와 ‘콜드브루’ 커피 때문이다. 오직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서만 판매하기 때문에 야쿠르트 아줌마를 찾아 득템하는 행위가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것이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오래된 판매채널이지만 SNS 채널을 만나 유통의 새로운 출구가 열리고 있다
SNS를 만난 야쿠르트의 ‘끼리’와 ‘콜드브루’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다양한 무명브랜드들이 기존의 유통질서와 다른 유통활로를 개척하여 성공하고 있다. 까다로운 입점 심사를 거쳐 대형 마트에 들어가지 않아도 소비자를 직접 만나고 판매 할 수 있는 전시회를 통해 스타가 되는 로컬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홈쇼핑 채널 대신 SNS 전용 생방송으로 매출을 올리는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유통 공룡을 통하지 않아도 브랜드와 고객이 쉽게 만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바이어와 고객을 한 번에 사로잡은 아이디어 상품, 기회의 플랫폼 ‘박람회’
집에서 가장 많은 세균이 있는 곳은 어디일까? 놀랍게도 화장실이 아닌 주방이다.
바로 수세미와 행주 때문인데, 미국의 한 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변기 세균은 50마리가 검출됐지만 설거지용 스펀지에서는 무려 1천만 마리가 나왔다고 밝혔다. 약 20만 배에 달하는 셈이다.
이에 착안하여 주방생활용품 제조사인 칼로스 인터내셔널 임창순 대표는 뽑아쓰는 친환경 물티슈형 수세미와 물걸레 포 브랜드인 ‘와이즈와이프’를 개발했다.
이 브랜드는 특수 가공생산 원단으로 제작되어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의 HIT 500상품에 선정됐고, 공중파 아침 교양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됐다. 하지만 백화점o할인점 등 대형 유통채널에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입점이 쉽지 않았다.
임 대표는 제품에 대한 확신 하나로 동분서주하며 판로를 찾던 작년 소비재박람회인 ‘메가쇼’에 참가했다.
박람회 참가 기간에 홈쇼핑 벤더 업체로부터 “상품이 괜찮으니 입점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이 들어왔다. “상품이 괜찮으니 입점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이 들어왔다. 임 대표의 와이즈와이프는 지난 8월 공영홈쇼핑의 LIVE 방송상품으로 선정되었고, 이후 4차례 방송을 통해 연속 완판되며 5억 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에도 고객들의 문의와 구매가 이어졌고, 현재는 G마켓o11번가o쿠팡 등 대형 온라인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다음 달 일본 수출 계약을 위해 출국 예정인 임창순 대표는 “요즘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옴니채널’은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그런데 이렇게 온오프라인 채널로 나갈 수 있도록 옴니채널 역할을 해주는 유통 플랫폼이 있다는 것이 든든하다”라고 말했다.
SNS 얼짱들이 쓰는 화장품… 온라인으로 대박난 ‘에이프릴스킨’
TV에 나오는 유명 연예인 대신 홍영기, 한아름송이 같은 ‘얼짱’이나 SNS스타를 활용한 ‘SNS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둔 중소 뷰티업체들이 최근 주목 받고 있다. 에이프릴스킨, 더블유랩, 미팩토리로 대표되는 이 업체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필터 필요없는 셀기꾼 효과’ 등의 재미있고 친근한 콘텐츠로 일명 ‘대박’을 터뜨렸다.
그 중에서도 에이프릴스킨은 뷰티업계 SNS마케팅의 선두주자다. 2014년 얼짱 홍영기를 전속모델로 일찌감치 기용하고 ‘매직스톤’과 ‘매직스노우크림’을 각각 얼짱 비누, 홍영기 크림이라고 포지셔닝하여 3주 만에 1억 매출, 3개월만에 월 매출 3억원을 달성했다. 중소 뷰티업체의 필수 관문이던 소셜커머스와 홈쇼핑 등의 유통채널 없이 오직 자사 인터넷 몰에서만 이뤄낸 기록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에이프릴스킨은 ‘매직스노우쿠션’과 ‘4D 스틱’ 등 메이크업 라인을 확장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200억원의 매출고를 올리며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농민이 직접 바코드 부착부터 판매까지… 상생형 新유통모델 로컬푸드 직매장
정직한 생산과 착한 소비를 이끌면서도 수십 억 매출을 내는 곳이 있다. 바로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수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새로운 농산물 판매방식인 것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에서는 농작물이 여러 단계를 거치며 원가보다 유통비용이 커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직거래 방식으로 농민은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싱싱한 산지 농산물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양쪽 모두가 이익을 보는 상생 구조인 것이다.
김포농협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은 당일 진열판매와 판매자 실명제 등의 운영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98㎡(60평)의 작은 매장에서 1년에 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다.
이곳에서 농산물을 판매하는 배은석(70)·김기임(63)씨 부부는 지난해 8,3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바코드 부착부터 재고관리까지 이들이 직접 하며 유통비용을 줄인다. 초반에는 도매시장 중심으로 판매를 했지만, 고객 반응이 좋아 진열대를 채우기 위해 하루에 4~5번 매장에 들를 때도 있었다.
농수산식품부는 지난해 이러한 전국 로컬푸드 직매장 100여 곳에서 절감한 유통비용은 약 330억원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의 큰 고민이었던 영세농·고령농을 위한 전용 판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메가쇼 김신 대표는 “제품력이 유명 브랜드 못지않지만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박람회나 SNS 등을 통해 새로운 유통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며 “판매수수료, 재고부담 등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홈쇼핑, 마트, 소셜커머스 등의 대형 채널에 들어가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에게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의 유통 플랫폼은 계속 등장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김동호기자 dong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