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D-8] 힐러리 'e메일 망령'에 다시 발목...요동치는 美대선

FBI "사설 e메일 추가 발견" 재수사 나서
트럼프 "워터게이트급 뉴스" 선거 쟁점화
지지율 격차 2%P까지 좁히는데 성공
CNN "힐러리 신뢰 의문 다시 불거져"
언론 등 대선레이스 재편 가능성 관측도

힐러리 클린턴 미 민주당 대선후보/AFP연합뉴스


미국 대선에서 승기를 굳혀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아킬레스건인 ‘e메일 스캔들’에 또다시 불이 붙으면서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8월 e메일 스캔들 수사 후 불기소 결정을 내린 미 연방수사국(FBI)의 전격 재수사 결정으로 클린턴의 백악관행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대선이 불과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2%포인트까지 좁혀져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미 FBI는 지난 28일(현지시간) 하원의 정부 감독·개혁위원회 지도부에 클린턴 후보의 국무장관 시절 사설 e메일들이 추가로 발견돼 재수사에 착수한다고 보고했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당초 수사와 무관한 것으로 분류한 e메일 가운데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e메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재수사 배경을 밝히면서 “새로운 e메일 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직 모르며 추가 수사가 언제 끝날지도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미 국장은 대선 60일 전 선거에 영향을 줄 민감한 수사사항을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법무부의 요구를 물리치고 ‘폭탄선언’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FBI는 클린턴 수행비서이자 최측근인 후마 애버딘의 전 남편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이 미성년자와 이른바 ‘섹스팅(음란 문자 메시지 교환)’을 벌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위너의 노트북컴퓨터를 압수 분석했으며 애버딘의 e메일 중 클린턴 후보와 주고받은 수천 건을 추가로 발견했다.

그동안 지지층 이탈로 수세에 몰렸던 공화당 트럼프 후보는 FBI의 e메일 스캔들 재수사 방침에 환호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것이 내가 말했던 조작된 시스템”이라며 “법무부는 힐러리를 비호하기 위해 무척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세 도중 FBI의 재수사 소식을 접한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더 큰 뉴스”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예정된 연설주제를 취소하고 e메일 스캔들을 정조준해 “FBI가 이 시점에 재수사 결정을 공개한 것은 끔찍한 범죄행위가 있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최근 대선불복 가능성의 근거로 ‘선거조작’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지지세력 규합에 나섰으며 미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45%의 지지율을 얻어 클린턴(47%)과의 격차를 오차범위 이내인 2%포인트까지 좁히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는 일주일 전만 해도 같은 조사에서 클린턴보다 12%포인트 낮은 38%의 지지율에 그쳐 대패 가능성마저 예견됐다. 다만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는 클린턴이 42%의 지지율로 트럼프를 6%포인트 앞서며 전주보다 격차를 벌렸다.

FBI의 e메일 재수사 결정에 따른 민심 변화는 아직 이들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CNN방송은 “클린턴의 신뢰에 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될 것”이라고 분석했고 WP도 “선거를 열흘가량 남기고 나온 폭발력 강한 발표로 클린턴이 앞서온 대선 레이스가 재편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날벼락을 맞은 클린턴과 선거캠프는 코미 국장이 대선 직전에 민감한 수사사항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깬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FBI가 가진 모든 새로운 정보를 공개하라”고 정면 돌파에 나섰다. 클린턴은 29일 플로리다 유세에서 코미 국장의 결정을 사실상 ‘대선 개입’으로 보고 “전례가 없는 일로 (선거 직전에) 매우 문제가 될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e메일 스캔들 재수사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공화당 출신 FBI 수장의 선거개입을 부각해 부동층 표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클린턴 측은 막판에 다시 불거진 e메일 스캔들로 낙관론에 젖은 지지자들을 향한 경고등을 켜 투표 의지와 느슨해진 조직력을 북돋우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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