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 브라질 등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에 이견을 드러내며 내달 열릴 정기 회의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OPEC 회원 14개국과 러시아, 브라질 등 비회원 6개국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28~29일 양일간 마주하고 지난달 잠정 합의한 산유량 감축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알제리에서 합의한 감산량은 현재 산유량의 1~2%, 하루 20만~70만 배럴이다. 당시 러시아와 이란 등 과거 감산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나라들도 감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줘 국제 유가는 이달 초 배럴당 50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훌쩍 뛰었다. 그러나 실질적 감산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란 시장의 전망에 유가는 다시 배럴당 40달러 선으로 내려앉은 상태였다.
이번 논의에서는 이란과 이라크가 시장의 우려대로 감산에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자국의 특수한 사정을 내세워 감산에서 제외해달라 요구했다.
이란은 서방의 경제제재로 석유생산이 크게 위축돼있다며 현 산유량보다 하루 약 40만배럴 많은 하루 420만배럴을 생산할 때까지 감산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라크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전쟁 중이라 관련 비용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감산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대 OPEC 산유국인 사우디는 석유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이란 짐을 나눠 가져야 한다며 감산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란과 이라크의 이탈은 사우디에 더 많은 양의 감산이 배정되는 부메랑이 될 수 있어 사우디가 견딜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어렵게 모은 뜻이 각국의 이해관계에 부딪혀 흩어질 위기에 놓이자 OPEC 지도부는 알제리에서 잠정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산유국들이 다시 끔찍한 결과로 내몰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석유 시장의 재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지체돼 있고 수급 조정 지연에 따른 위험을 더 이상 감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OPEC은 내달 30일 정기각료회의에서 감산 여부와 감산량 등을 공식적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