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주지 원명스님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권욱기자
“한국 불교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있는데, 저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조계종의 본산인 조계사 주지를 거쳐 지난해 10월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국내 중심 도량 봉은사 주지에 임명된 원명 스님은 출가자·불교 신도가 줄어들면서 최근 일각에서 일고 있는 한국 불교 위기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원명 스님은 최근 서울에서 매화꽃이 가장 먼저 핀다는 봉은사에서 창건 1,222주년을 기념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불교 위기는 단면적인 부분들만 보다 보니 나온 이야기”라며 “현재 상황을 볼 때 한국 불교의 미래는 밝다”고 밝혔다.
스님은 출가자가 줄고 있는데 대해 “IMF 외환위기 당시 출가자 수가 많았다. 출가자 대부분이 세상이 살기 힘들 때 출가하는데 과거에 비해 살기 좋아지면서 출가자 수가 줄어들게 됐다”면서도 “출가자 수만으로 불교 위기를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원명 스님은 조선시대 유교를 장려하고 불교를 배척하는 분위기 속에 기복화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해방 후 대처승 문제 등을 놓고 벌어진 불교계 갈등을 생각할 때 불교가 역사 속에서 느리지만 발전을 해 왔다고 보고 있다.
원명 스님은 “불교가 1,7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런저런 상황을 생각했을 때 한국 불교는 이제 막 시작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며 “이 정도까지 온 것만 해도 많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도 고령화 현상에 대해서는 “나이가 들수록 불교의 가르침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는 것 같다”며 “특히 요즘 스님들이 옛날과 달리 교육을 잘 받아 젊고 훌륭한 스님 많기 때문에 불교가 지금보다 더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통문화 접목 불교축제 진행
사찰 수입, 사회환원 노력도
불교 위기론에 대해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는 스님은 불교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나름의 방법을 제시했다. 한해 수십만명의 외국인들이 찾고 있는 봉은사의 지리적 장점을 이용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겠다는 것이다. 원명 스님은 “불교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우리 전통문화”라며 “올해 처음으로 개산대제(절의 창건을 축하하는 법회)와 더불어 불교문화축제를 했다. 앞으로도 국악, 불화전시 등 불교의 정신을 알릴 수 있는 전통문화를 알릴 수 있는 행사를 다양하게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사찰 중 1년 수입이 가장 많은 사찰인 만큼, 사회환원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원명 스님은 “지금도 복지관 운영, 장학금 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다”며 “사찰에 들어 오는 수입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갈등으로 생기는 고민과 불안 등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갖고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집착이 갈등을 낳고 갈등 그 자체가 고통이 된다”면서도 불교의 가르침이 쉽지 않음을 감안해 일반인들에게 금강경을 독송할 것을 권유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