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경합주 9~10곳 중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플로리다(29명)에서 클린턴에 앞서는 한편 전국 지지율도 상승세를 보이며 승부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판세다. 이때문에 트럼프가 마지막 희망인 부동층 결집에 성공할 경우 막판 대역전극을 펼칠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클린턴측은 재수사 폭탄을 던진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선거에 개입해 연방법을 위반했다며 반전 카드를 찾는 데 부심하고 있다.
트럼프는 30일(현지시간)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FBI의 클린턴 재수사를 그냥 묻어버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클린턴에 총공세를 펼치고 나섰다. 켈리언 콘웨이 트럼프 선거캠프 본부장도 이날 NBC방송 인턴뷰에서 클린턴이 대선 직전 FBI의 재수사 방침 공개가 전례 없는 것이라고 반발한 데 대해 “진짜 전례가 없는 것은 클린턴이 개인 이메일 서버를 가졌다는 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클린턴 스스로 이 사건의 사슬을 만들었다”며 “그런데도 클린턴이 희생자인 척하며 코미 국장을 전방위로 공격한다”고 지적했다.
대선 일주일을 앞두고 클린턴의 아킬레스건인 ‘이메일 스캔들’이 전면에 등장하자 선거 판세는 요동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경합주인 플로리다 주에서 시에나대학과 지난 27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46% 지지율로 클린턴을 4% 포인트 앞섰다. 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플로리다주 조사에선 두 후보가 동률을 기록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FBI 재수사 방침이 나온 28일까지 실시한 전국 지지율 조사에서는 트럼프가 45%로 클린턴(46%) 턱밑까지 추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클린턴이 여전히 5~9%포인트 차이로 앞서 있지만 트럼프측이 힐러리의 이메일 재수사를 고리로 부동층이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들이면 승패는 알 수 없다는 평가다. WSJ은 투표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유권자의 8% 가량으로 조사됐는데 “공화당원이 30%, 민주당원이 21%를 차지했다” 며 “트럼프가 부동층을 설득해 막판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FBI는 이날 재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클린턴의 최측근인 후마 애버딘 보좌관의 이메일 수색을 위한 영장을 확보했다고 밝혀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FBI 관리들은 재수사가 11월 8일 대선 전에 종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보고 있어 클린턴의 법 위반 가능성만 선거일까지 맴돌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과 민주당은 다 이긴 선거판을 휘저어 놓은 코미 FBI 국장에 융단폭격을 가하며 파장을 최소화하는데 골몰하고 있지만 ‘이메일 스캔들’ 자체는 클린턴도 ‘실수’라고 인정한 사안이어서 국면전환에 애를 먹고 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코미 국장이 ‘정파적 행동’으로 “연방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줘서는 안된다”는 해치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공화당원이었던 그에 대한 조사를 시사했다. 존 포데스타 클린턴 캠프 선대본부장도 CNN방송에 출연해 “대선 직전 이런 것(재수사)을 던지는 것은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부적절한 것”이라며 “코미 국장은 지금이라도 뭐가 문제인지 즉각 밝히라”고 압박했다. /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