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소득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대책 시행 시기가 늦춰질 전망입니다.
부동산시장의 충격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더 두겠다는 취지이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적 노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훈규기자입니다.
[기자]
금융위가 애초 내년초 시행할 계획이었던 가계부채대책을 부동산 침체 우려를 이유로 두세달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연초부터 대책이 시행되면 대출상환 부담과 집값하락 우려로 주택거래가 뚝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미 시장에서는 이같은 조짐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4조원 넘게 늘었지만, 증가세는 크게 둔화됐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감소가 집값 하락을 예고하는 징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 이후 불과 1년반만에 200조원 가까이 늘어난 가계부채가 큰 경고음을 울리고 있는데도 여전히 집값 핑계를 대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두세달 연기한다고 떨어질 집값이 안 떨어지겠느냐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현아 /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가계부채 관리대책은 거시경제 건전성 차원에서 추진해야 되는 정책입니다. 부동산 거래절벽을 이유로 시행시기를 조정하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정부가 신뢰까지 저버리면서 말을 바꾸는 데는 다른 속셈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미국 금리인상을 핑계로 내세웠지만, 진짜 속내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한다면 여당에 불리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앞서 지난 7월 정부는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금융 기관이 상환 능력 심사를 강화하고 원리금 분할 상환을 유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고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른 세부 가이드라인은 조만간 은행연합협회가 발표할 예정입니다.
가계부채대책 시행을 코앞에 두고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한국의 가계부채는 어느새 1,200조원 가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서울경제TV 정훈규입니다.
[영상편집 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