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래식] 구조조정 비결

■샤프 붕괴(일본경제신문사 지음,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펴냄)
■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간의 투쟁(오니시 야스유키 지음, 한빛비즈 펴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한 상황이 3년이나 지속된 한계기업(좀비기업)이 올해 2·4분기에 벌써 15%를 넘어섰다고 한다. 미국이 7%, 일본이 2%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부실기업 수준이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서둘러 구조조정을 해야 할 시기에 이른 것이다.

특히 주력산업인 조선·해운기업의 부실이 현실화됐으며 국가 경제를 견인한 대표기업조차 대내외 악재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비견되며 한국 기업에 대한 위기의식이 증폭되고 있다.

구조조정 부문을 연구해온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의 김윤경 박사로부터 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경험을 담은 두 권의 책을 추천받았다. ‘샤프 붕괴(일본경제신문사 지음·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펴냄)’와 ‘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간의 투쟁(오니시 야스유키 지음·한빛비즈 펴냄)’이다.


김 박사는 연세대에서 학부를 마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한국경제연구원에서 기업의 사업재편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샤프 붕괴’는 대만의 홍하이(애플 아이폰 생산공장인 폭스콘의 모회사)에 인수된 샤프의 비극적 결과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보여준다. 과거 큰 성공을 가져다준 액정사업이었지만 미래 수요변화를 내다보지 못하고 사카이 공장을 설립하는 과도한 투자를 감행한 것이 결정적인 붕괴 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경영진 간의 갈등과 대립이 조직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김 박사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 대신 현실에 안주하는 데 대해 경고하는 것만 아니라 건강한 조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간의 투쟁’은 이같이 붕괴된 회사도 새로운 기업 문화와 정부 정책을 통해 턴어라운드할 수 있음을 일본항공(JAL)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일본 최고의 경영자 중 한 명이자 교세라의 창업주인 이나모리 가즈오는 80세에 본인조차 싫어했던, 2010년 파산한 JAL의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그는 아메바 경영기법(부문별 채산기법)과 경영자 마인드를 조직 전체에 이식해 공기업 당시부터 축적된 관료적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김 박사는 “2년 8개월 만에 주식시장에 재상장되는 V자 회생의 바탕에는 부실기업 회생 관련 정책이 있다. 일본 회사갱생법과 정책금융의 지원내용과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흥미롭다”고 소개했다.

두 책은 각각 일본경제신문사 출판부와 오니시 야스유키 산업부 편집위원이 지은 책으로 과장하기보다는 독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기자의 눈으로 현실감 넘치게 서술하고 있다.

김 박사는 “기업 구조조정의 고통을 이미 경험했기에 현재 우리가 최대한 회피하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 두 책을 통해 구조조정의 열쇠는 책임의식과 협력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현환기자 hh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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