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세청 과세에 대한 납세자 불복을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이 받아들였을 때 국세청이 조세심판원에 재의결을 요구하는 권한을 주는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조세심판원이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면 국세청은 반박할 권한 없이 사건이 종료됐는데 앞으로는 국세청이 불복해 2주 이내 재의를 요구하면 조세심판원은 30일 내에 조세심판관합동회의를 열어 다시 논의해야 한다.
국세청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경우는 △법원의 판결이나 기획재정부 장관의 유권해석과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배치될 때 △법령해석에 관한 새로운 쟁점으로 법원의 판결을 받아 볼 필요가 있을 때 △동일하거나 유사한 쟁점의 사건이 다수 존재하거나 일정 금액 이상 사건으로 국세행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가능하다. 조세심판원 출신 관계자는 “조세심판관이 독립적으로 판단한 결과를 조세심판관합동회의에서 다시 논의한다면 상대적으로 조세심판원장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결론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조세불복제도는 크게 3단계로 △국세청 소관인 과세전적부심사와 이의신청 △국세청·감사원의 심사청구와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 △법원의 행정소송으로 이뤄진다. 현행법으로는 국세청·감사원의 심사청구와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는 3심제 중 각각 1심 기능을 한다.
특히 조세심판원은 지난 2008년 국무총리실 산하로 옮긴 뒤 국세청이나 기재부와 별개로 독립성을 인정하고 국세청의 심사청구에 비해 납세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장치를 두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조세심판원이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는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다. 조세심판원 결정 중 납세자의 승소를 의미하는 인용률은 5월 말 기준 26.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포인트 올랐다. 조세심판원의 인용률 증가는 국세청의 과세가 잘못됐다는 해석이어서 국세청 입장에서 난처한 대목이다.
그러나 추 의원의 개정안은 기재부나 국세청의 정책 방향에 흔들려 과세하지 않기 위해 조세심판원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현행 정부체계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 산하에 있던 조세심판원을 총리실 산하로 옮긴 후에도 내부 구성원 일부를 국세청과 기재부 출신으로 채우는 바람에 완전히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이는 상황이다. 국세청이 한때 이 법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했으나 기재부가 중장기 검토사항으로 미뤄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기재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국세청 건의사항이 의원 입법을 통해 발의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