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유소와 석유판매소 간에도 기름을 사고팔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석유유통업계는 가짜석유 유통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주유소와 석유 일반판매소끼리도 석유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8월)를 끝내고 법제처에서 심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주유소끼리 또는 판매소끼리만 석유를 거래하거나 아니면 주유소나 판매소는 정유사·대리점으로부터 석유를 공급받아야 한다. 석유판매소는 농촌 지역에만 남아 있는 석유유통점으로 주유소가 없는 읍·면 단위에 위치한 간이 석유판매시설을 의미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석유판매소가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는 탓에 커다란 탱크로리로 기름을 운송하는 정유사나 대리점으로부터 제때 기름을 공급받지 못하기도 한다”며 “주유소와 판매소 간 거래가 허용되면 판매소 입장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해져 제때 석유를 받을 수 있고 가격경쟁이 촉진돼 값이 인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유유통업계는 정부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지금도 일부 주유소 업자들이 판매소를 임대해 가짜석유 유통 창구로 활용하는 마당에 진입 장벽을 추가로 낮출 경우 유통질서가 혼탁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는 대리점들의 모임인 한국석유유통협회와 공동으로 “소비자가격 인하 유도 등 실질적 경쟁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되레 불법 탈루와 가짜석유 유통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며 정부에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판매소협회는 개정안이 농협주유소와 석유판매소를 동시에 운영하는 단위농협조합에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고 영세한 주유소나 일반판매소는 고립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유업계 역시 가짜석유 유통, 무자료 거래로 인한 탈세 등 부작용에 대한 세밀한 검토 등을 주장하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개정은 주유소가 없는 오지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조치”라며 “주유소와 거래하는 일반판매소는 앞으로 주간 단위로 거래현황을 보고하도록 하는 등 부작용 방지 대책을 함께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