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후보자를 내정할 때만 해도 경제·사회·교육 등 내치를 총괄할 ‘책임총리’ 역할을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차기 총리에게 권한을 얼마나 내줄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예상과는 달리 거듭되는 지지율 하락에도 국정운영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의 거센 반발로 총리 인준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김 후보자의 지명 철회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4일 대국민담화에서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온 국정과제들까지도 모두 비리로 낙인찍히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일부의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성장동력만큼은 꺼뜨리지 말아 주실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외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되어야만 한다”며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 속히 회복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파문과 상관없이 국정은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피력한 것이다.
인적쇄신을 마무리한 뒤 열린 대국민담화였던 만큼 김 후보자를 위한 ‘권한 이양’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총리와 관련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논란을 예상한 듯 “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한 모든 권한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국민담화 직후 김 후보자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지적에 “박 대통령이 발령 전 김 후보자와 충분히 협의해 권한을 드렸다”며 “총리가 어제 기자회견을 한 내용 그대로 수용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한광옥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대통령에 국정 일선에서 물러나라고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런 건의를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회 인준이 안 되면 총리가 안 된다”며 야당이 끝내 인준을 거부할 경우 수용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